납북가족들 사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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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KAL기 납북으로 가장을 잃은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푼돈을 뜯는 사기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27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사기범이 납북당한 가장의 친구 김종수씨의 운전사와 조수로 사칭, 심부름을 왔다고 속여 돈을 뺏어 갔다는 신고에 따라 일단 이들 사기범들이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며 앞으로 이 같은 사기범이 나타나면 즉각 신고해 주도록 바라고 있다.
경찰에 신고된 바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방화동 583의21 납북기의 부조종사 최석만씨 (39) 집에 지난l8일 하오 5시30분쯤 키가 작고 「잠바」차림의 30대 청년이 찾아와 발신인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내리 김종수라는 명의로 『목재가 생겨서 변변치 못한 것이지만 인편(운전사)으로 보내오니 받아 주십시오』란 내용의 편지를 내놓고 목재를 실은 차가 노량진에서 고장났다면서 부속 살돈 4천원을 요구했다.
부조종사 최씨의 부인 장순옥씨 (37)가 청년의 말을 수상히 여겨 돈주기를 거절하자 그 청년은 김종수씨는 최씨의 군대 친구이며 지금은 제대, 강원도에서 산판을 하고 있다면서 다시 8백원을 요구했다가 다시 거절당하자 [버스] 비 1백원을 뜯어 갔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구로2동 공영주택 355호 미풍판매 과장 이광호씨 (41)집에도 부조종사 최씨 집에 온 것과 비슷한 30대 청년이 지난 12일 하오 찾아와 목재를 싣고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오다가 일곱번이나 검문당해 돈을 모두 빼앗겼다면서 이씨의 부인 서정숙씨 (37) 로부터 5백원을 차비조로 받아 갔다. 또 지난 10일 하오 2시쯤 납북기의 기장 유병하씨 (39·용산구 공무원 「아파트」6동 204호) 집에 유씨의 친구 김종수라는 사람으로부터 『군에 같이 있을 때 집지을 목재를 보내 주기로 했는데 곧 보낸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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