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 "창피하지만 … 아들의 잃어버린 인생 찾아주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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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준

“조희준(48) 전 국민일보·넥스트미디어 회장의 아들(10)을 낳았다.”

 차영(51) 전 민주당 대변인이 조 전 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차씨는 대통령비서실 문화관광비서관으로 일하던 2001년 3월 청와대 만찬장에서 조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조씨는 결혼해 두 딸까지 둔 차씨에게 계속 구애(求愛)했다. 명품 시계를 선물하며 청혼까지 했다. 차씨는 2003년 1월 이혼하고 조씨와 동거에 들어갔다. 같은 해 8월 미국 하와이에서 그의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조씨가 결혼하겠다던 약속을 미루더니 연락을 끊었다. 2004년부턴 한동안 부쳐주던 양육비(매달 1200만원)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일본여성과 결혼했다. 충격을 받은 차씨의 큰딸은 목숨을 끊었다. 10여 년 만인 올 1월 조씨는 배임죄로 법정구속됐다. 그러자 조씨의 아버지인 조용기(77)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할아버지인 조 목사는 “내 손자가 맞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 사진은 대변인 시절 모습. [뉴시스]

 차씨는 조씨에게 ▶아들이 조씨의 친자임을 인정하고 ▶친권자·양육자로 차씨를 지정하고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1억원과 과거 양육비 1억원, 장래 양육비로 월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차씨는 변호인을 통해 본지에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여자로서 창피하고 정치적 입지도 포기했지만 속은 시원하다”며 “어머니로서 늘 미안했는데 아들에게 잃어버린 인생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 지금 심경은.

 “엄마로서 아들에게 늘 미안했다. 이번에 그나마 엄마 노릇을 하는 것 같다. 아이의 정체성 문제가 있으니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 왜 돌연 소송을 냈나.

 “그동안 어렵게 버텨왔다. 친자인 거 알면서도 연락이 전혀 안 됐다. 그러다 올해 조용기 목사를 만났는데 ‘10년간 우리 장손을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다. 이름까지 다 지어놨다’며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얘기가 다 됐다. 그런데 최근 조희준이 석방돼 나와 딴소리를 한 거다. 그는 ‘내 아들이 맞긴 한데 친자 확인은 안 된다. 성년이 되면 해주겠다’고 했다. 법적으로 책임지기 싫다는 거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내 삶을 포기하고 소송을 하기로 했다. 인간적으로 용서하기 어렵다.”

 - 조씨가 결혼 약속을 어겼나.

 “약속뿐이었다.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돼 조씨가 일본에서 다른 여성과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 일본에 몇 번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후론 조씨가 계속 수사·재판을 받았고 연락이 끊겼다.”

 - 조씨가 아들에게 연락한 적은.

 “직접 본 적도 없는데…. 아들에게 따로 연락한 적 없다. 2010년께 순복음교회 관련 재단이 어려움에 처했다며 도와달라더라. 만나서 들어보니 ‘배임 혐의로 조 원로목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데 내겐 책임이 없으니 아버지에게 덮어씌워 달라’고 하더라. 괘씸했다.”

 - 조 원로목사가 장손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하는데.

 “조 원로목사 가족과는 조씨의 아들로 받아들이기로 얘기가 다 됐다. 그런데 조씨가 계속 부인한다. 대화 상대가 안 된다.”

 이에 대해 순복음교회 측은 “조씨가 조 원로목사의 아들이지만 교회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사람은 아니다”며 “교회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조씨 측 변호인은 “차씨의 소송 제기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차영과 조희준은=전남 완도 출신의 차씨는 전남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광주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92년 대선 당시 김대중 민주당 후보의 미디어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이후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95년 조순 서울시장 정책비서관으로, 99~2002년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으로 일했다. 기업인으로도 활약했다. 특히 2002~2003년 조희준씨가 대주주인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4~2007년엔 KT 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엔 민주당 여성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차씨는 아이 문제로 전 남편과 재결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97년 국민일보 사장으로 취임해 이듬해 회장에 올랐다.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을 설립해 스포츠투데이·파이낸셜뉴스 등을 창간하고 현대방송을 인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2001년 6월 국세청 세무조사 때 세금포탈 혐의가 포착돼 그해 8월 구속됐다. 1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2008년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올 1월엔 넥스트미디어 회사 돈 3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6월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아버지인 조 원로목사는 조씨 소유 회사 주식을 적정가보다 훨씬 높게 사들여 순복음교회에 15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씨는 탤런트 나모씨와 이혼한 뒤 20대 일본 여성과 결혼했으나 또 헤어지는 등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이지은·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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