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축구 공격핵 '최라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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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엔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그러나 삼호중공업 운동장의 잔디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완연했다.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하는 이곳에 청소년대표팀이 입성했다.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아랍에미리트.3월 25일~4월 16일)에 대비, 마지막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아랍에미리트.영국 등지로 한달 가까이 전지훈련을 다녀온 지 5일 만의 재소집이다.

아직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도 박성화 감독은 첫날부터 "우린 단일팀이 아니다. 국가대표다. 조금이라도 나태한 마음을 갖는다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후 11시에는 휴대전화를 수거한다는 지시도 내렸다.

간단히 몸만 풀 것 같았던 훈련도 만만치 않게 진행됐다. 양쪽 사이드에서의 센터링 훈련을 박감독이 직접 지시하며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훈련은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선수들 가운데서도 '한국의 마라도나'라 불리는 최성국(고려대.사진)의 자세는 남달랐다. 한달 전만 해도 그의 주 포지션은 왼쪽 윙이었다.

감각적인 골게터 정조국(안양 LG)과 '달구벌 비에리' 김동현(한양대)이라는 두명의 걸출한 공격수에게 공격 최전방 자리를 내주고, 최성국은 이들이 편안하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성화 감독이 해외 전훈 이후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에 최성국(고려대)을 고정 배치시킨다"고 말하면서 그는 본래의 투톱 중 한자리를 다시 꿰차게 됐다. 박감독은 "김동현과 정조국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유럽 팀들과의 경기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발이 빠른 최성국은 이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성국은 "나로서는 사이드보다도 가운데가 더 편하다"며 "내 드리블이 너무 길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보다도 팀 플레이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대회 개막까지 35일. 또 다른 4강 신화를 위해 최성국은 축구화끈을 질끈 동여맸다.

목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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