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虎打' vs 엘스 '好打'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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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가 '불'이라면 어니 엘스(남아공)는 '물'이다. '골프 황제' 우즈는 호쾌한 샷을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반면 '황태자' 엘스는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엘스는 올시즌 우즈가 자리를 비운 사이 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우즈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2개월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거뜬히 우승했다.

둘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 두 선수의 대결은 과거 아널드 파머(미국)와 개리 플레이어(남아공)의 맞대결에 비견된다.

세계랭킹 1위 우즈와 2위 엘스는 오는 27일(한국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코스타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악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올시즌 처음으로 나란히 출전한다. 두 선수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불'의 카리스마

우즈는 걸어다니는 골프 신화다. 1996년 PGA 무대에 데뷔한 이래 통산 35승을 거두며 수많은 신기록을 수립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8승을 올린 것이 말해주듯 큰 경기에 강하다. 5년째 세계 제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평균 타수는 68.56타로 전체 선수 가운데 1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93.3야드(약 2백67m)나 됐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에서 2위 엘스를 무려 15타차로 따돌렸다. 같은해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우즈는 공동 2위 엘스를 8타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즈의 자신감이다. 우즈는 "재활 훈련을 하면서 엘스의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물'의 도전

엘스는 육중한 체격(1m90㎝, 99㎏)과는 달리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해 '빅 이지(Big Easy)'라 불린다. 그러나 그동안 우즈의 그늘에 가려 '영원한 2인자'에 머물러왔다.

PGA 투어에서 12승, 유러피언 투어에서 31승을 거뒀지만 항상 그는 우즈 다음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출전한 8개 대회에서 6승을 거뒀다. 올시즌에는 5개 대회에 출전해 네번 우승, 한번 준우승을 했다. 실로 놀랄 만한 성적이다.

새로 바꾼 타이틀리스트 클럽이 그와는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던 실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엘스는 "나는 우즈와 싸우는 게 아니다. 골프 코스와 싸울 뿐"이라며 평상심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악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매치플레이의 특성상 두 선수가 결승에 진출해야만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 따라서 두 선수의 일전은 다음달 PGA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이나 포드 챔피언십에 가서나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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