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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지불준비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은행은 15일 일반은행 동결자금 67억원을 해제하고 이어서 l6일 80억원의 국책은행 동결자금을 해제했다. 이로써 유동성규제로 동결된 자금은 국책은행분 80억원만 남게되는 셈이며 사실상 유동성규제를 일단 전면해제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유동성규제의 해제분 67억원을 일반은행의 지준부족에 충당시키기위해 그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며, 국책은행분 80억원도 결국 일반은행에 「콜」자금으로 알선하여 역시 일반은행 지준부족을 메우는데 충당시킨 것으로 전문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와같이 일반은행 지준부족에 대하여 특별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일반은행 지준부족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은행 지준부족이 문제가 된 것은 68년부터였다 하겠으나, 당국은 이를 양성화시키지 못했고, 69년에 들어와서 어쩔수 없이 이를 양성화시킬 수밖에 없을만큼 지준부족상황은 악화되었었다. 그리하여 한은은 일부 은행에 지준과태금을 부과시켜 일반은행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도록 압력을 가했던 것이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5개 일반은행의 전면적인 과태금부과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일반은행의 지준부족이 그와 같이 전면적으로 노출되면서 한은은 궁여지책으로 지준충당을 위한 재할인한도를 허용했고 그래도 지준부족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니까 유동성규제를 완화시켜 지준부족상황을 일단 해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은행 지준부족은 2백50억원 수준에 있는 것이므로 1백47억원의 동결자금을 해제시켜준다 하더라도 1백여억원의 지준부족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된다. 지금의 금융정세로 보아 지난 12월에 3천10억원선으로 동결시킨 대출한도규제가 당분간 풀리지는 않을것이므로 대출증가에 의한 예금창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고, 때문에 나머지 지준부족분은 연체대출의 강력한 회수에 의하여 메울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와같이 본다면 외견상 긴축조치의 완화로 보이는 유동성규제의 완화가 사실은 일반은행이 내포한 모순을 양성화내지 현실화시키는대신 보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집행하겠다는 정책의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되어야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통화금융면의 긴축효과는 경제계에 심각히 파급될 것으로 보이며 경제계가 긴축정책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가에 따라서 경기국면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된다.
근자의 물가정세로 보아 강력한 안정조치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으며 때문에 통화금융면에서의 긴축을 위한 정리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원칙적으로 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확장정책과 「인플레」정책은 집행하기 쉬워도 안정정책은 기술적으로 난관이 많다는 점에서 정부의 세련된 안정정책의 집행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물품세법의 개정과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등 「코스트·푸쉬」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통화금융면만의 긴축으로 안정기조를 회복시키려할 때 그 여파는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쏠릴 가능성이 짙다. 금융통화면의 긴축정책이 파생시킬 부작용을 보완하는 조치를 마련해주면서 안정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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