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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의 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9일에 있었던 연두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은 70년대의 국제정세와 관련된 안보·통일문제·경제시책 등 앞으로 다가올 10년간의 비전을 밝혔다. 그는 "70년대가 통일문제, 자립경제완성, 자립국방, 도의재건 등 조국근대화작업을 성취하는 [사명의 연대]임"을 강조하고 "정부는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 정치·경제·국방·사회 등 모든 면에서 북괴보다 앞서는 고지를 점령하여 통일문제에 주도권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시간20분에 걸친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통계숫자와 비근한 사실까지 열거하면서 차근차근하게 설명하는 기자회견의 인상에서 대통령의 70년대의 비전은 확고부동하며 이의 실천에도 자신만만함을 엿볼 수 있었다.
70년대 장기전망에 관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투철하게 파악한 점에서 우선 공감이 간다. 미국의 비미국화정책에 대비하여 자주국방과 자립경제를 주장한 것은 타당한 방향이며, 아시아군사동맹기구의 결성이나 조국통일에 있어서는 성급한 낙관론을 배격하고 신중하게 현실성있는 정책방향을 내건 것도 정치가 이상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원숙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자립경제 성취를 위해서도 3·4차 5개년경제계획에선 경제성장률을 8.5%로 인하 조정하겠다는 것 등은 현실에 근거한 것이며, 과열투자의 억제를 위하여 70년도의 경제성장률을 11%로 인하 조정하겠다는 것도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70년초부터 뛰기 시작한 물가에 대해 대통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대하여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심리적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물가와 국제수지에서 안정기조가 이룩되도록 시책당국은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힘의 우위로 통일기반을 구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역량을 총집결하여야 하겠고, 대통령의 주장과 같이 국민의 대아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사회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 극한투쟁을 일삼고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정치가 국민과 유리될 경우 통일에의 기반구축은 요원하다고 할 것이다.
통일의 달성을 위해서는 국론의 통일이 필요하다. 현재의 의회 외적인 극한투쟁 상황으로서는 국제적 여건이 성숙된다고 하더라도 내부분열때문에 승공통일이 어려울 것이므로 대의정치의 중시와 의회정치의 부활이 절실하다. 대통령이 이유불문하고 야당은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원리이나 현실적으로는 야당에도 등원의 명분을 주는 협상정신이 아쉽다.
대통령의 국회정상화의 구상은 따로 있을 것으로 촌탁되는 바 당과 국회관계자는 대통령의 진의를 받들어 새해에는 진정한 의회정치가 부활되도록 힘써주어야 하겠다.
통일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민족의 연대의식과 윤리관을 확립하는 것일 것이다. 대통령도 이를 직시하여 사회도의의 확립, 사회공동운명의식, 연대책임의식을 강조하고 부정부패와 사치풍토의 제거를 주장한 것 같다. 각 분야에 불균형이 확대되는 사회에서는 사회공동운명의식이나 연대의식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대통령이 고급공무원이나 당간부들의 사치풍조를 개탄하고, 호화주택을 자진 처분하도록 지시한 것도 사회연대의식을 함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니 이른바 특권층은 솔선수범하여 사치와 부정을 추방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국민은 대통령의 지시를 환영하면서도 소득의 정당한 분배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갈구해 마지않고 있다. 대통령이 제창한 사회연대의식의 함양을 위하여서는 동포애의 함양과 약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선행조건이며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여건을 조성하고 민주역량을 집결하여야만 승공통일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음을 재삼 강조하면서 도의사회의 건설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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