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금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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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병 치료차 체일중에 있는 전 신민당수는 7일 동경에서 동당의 유부총재·정원내총무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건강상 총재직을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하고 『임시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이달 26일에 열기로 재일 당간부들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리하여 전당대회는 새 지도층을 뽑게 되었는데 이 대회는 대통령후보를 지명치않고 오는 9월께 지명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전한다.
유씨의 이와같은 태도 표명은 그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동시에, 유씨 사퇴를 신민당 지도체제 재구성에 관해 중대한 시사를 주는 것이므로 국민적인 관심거리가 되는 것이다. 유씨의 총재직 사퇴는 반드시 대통령후보지명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가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뜻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씨 개인의 건강상태나 오늘날 신민당의 정치풍토로 보아, 그가 또다시 제1야당의 [톱·리더]로 [롤·백]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오랜 세월을 두고서 우리 나라 학계·교육계의 중진으로 있다가 수년전부터 신민당의 당수직을 맡아 대여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인데, 이런 훌륭한 지도자가 신병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단 정계일선에서 물러서게 되었음을 우리는 지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유씨의 병환이 하루속히 쾌유하여 그가 정계에 투신했던 당시의 뜻을 펼수 있는 기회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구하면서 유씨 은퇴후 신민당이 공당으로서의 면목을 갖추기위해 동당 지도자들이 다음 두가지 사항을 각별히 유의하고 실천에 옮겨 주기를 바란다.
첫째 신민당은 우선 집단지도제를 확립해 가지고 과도기의 공백을 메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당내에 수개 정파가 있고 또 동당이 이들 정파간의 세력균형을 토대로해서 간신히 분열을 면해왔다는 것, 그리고 유씨는 이들 대립하는 각파가 공동히 추대했던 지도자로서 그 존재가 분파투쟁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유씨의 은퇴는 분파투쟁을 격화시켜 신민당을 분열의 위기에 부닥치게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시인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동당은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에 부닥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키위해서는 우선 전당대회를 열어 집단지도제의 방향으로 지도체제를 개편하여 전당의 추앙을 받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날 때까지의 당권 공백을 메우고 당내의 정치적혼란을 극복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둘째로, 동당의 대통령후보지명은 당지도체제정비후의 과제로 미루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열세를 두드러지게 나타낸 신민당이 하루속히 대통령후보를 지명하고, 그 [이미지·메이킹]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필요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우리가 대통령후보의 조기지명에 반대하는 까닭은, 신민당은 명실겸전한 통합야당을 지향하여 그 문호를 개방하고, 체질을 개선하여야만 비로소 국민의 신임을 받을 수 있다는것과 당권도 정비안됐는데 대통령후보지명작업을 서두르다가는 동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는데 있다.
이 까닭으로 우리는 동당이 우선 범국민적인 야당이 되도록 노력하고,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놓고 난 후에 당내 민주주의를 고도로 활용하여 후보를 지명하는 것이 현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투표에 일패도지하여 의기저상한 신민당이 당수의 불행한 은퇴로 또다시 중대한 시련을 받게되었음은 우리 나라 정당정치의 건재를 위해 분명히 슬픈 일이다. 우리는 신민당이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오늘의 불행을 극복, 정권차지에 육박할 수 있는 야당이 돼주기를 요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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