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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상판 추락 … 손쓸 새도 없이 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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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 연결도로(램프) 공사 현장에서 도로 상판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숨지는 사고가 30일 발생했다. 지난 15일 7명이 사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 만이다. 이 사고로 인부 허동길(51·중국 국적)씨가 공사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최창희(50·중국 국적)씨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김경태(59·중국 국적)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는 방화대교와 올림픽대로를 잇는 연결도로 확장 공사를 하던 중 일어났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발주로 2005년 공사가 시작됐고 2014년 6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공사비 1098억원 규모로 현재 공정률은 83% 정도였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이날 오후 1시쯤 도로 상판(47m)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생존자 김씨는 “크레인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우남직 도시철도토목부장은 “방호벽 공사를 하던 중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도로 상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잇따른 인명 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다시 반복돼 서울시의 관리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 현장은 노량진 배수지와 마찬가지로 책임감리제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책임감리제도에 의존해 건설현장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4년 도입된 책임감리제는 현장에 상주하는 감리단장이 발주처를 대신해 건설현장 관리와 운영에 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노량진 수몰사고 당시 “책임감리제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기가 충분히 남은 데다 장마철이었는데도 시공사가 무리하게 공사를 이어간 것도 노량진 사고와 닮았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방화대교 확장공사는 지난해 발생한 파주 장남교 사고와 마찬가지로 건설사가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공사인 금광기업이 201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졸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 20일부터 올해 3월 2일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서울시는 노량진 수몰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시공사를 교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장 시공사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이번 공사에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안전에 대한 투자·조직 축소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후 서울시는 도시시설안전관리본부를 설치했다. 시설물 안전관리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서다. 시는 본부장급(2급)으로 안전관리 책임자를 격상시켰다. 이어 96년에는 종합건설본부와 도시시설안전관리본부를 통합해 건설안전관리본부로 재출범시켰다. 건설과 안전으로 이원화된 조직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취임하면서 건설 및 안전 조직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과 도시안전 분야 조직을 축소시켰다. 지난해에는 한강 교량을 관리하던 교량관리과를 없앴다.

이지은·손국희·정종문 기자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에는 “서울시의 안전에 대한 투자·조직 축소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과 도시안전 분야 조직을 축소시켰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안전 및 SOC 분야 예산이 지난해·올해 모두 전년 대비 증액 편성됐고 교량관리 기능을 현장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한 것이지 축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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