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권력? … 미국은 힐러리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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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백악관 집무실 옆 야외 식탁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퍼스트레이디, 국무장관, 그리고….

 미국인들은 그녀의 다음 자리가 뭘까에 온통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치에서 이처럼 많은 화제를 낳은 여성은 없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얘기다.

 29일(현지시간)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클린턴 전 장관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뉴스방송사 CNN의 자회사인 CNN 필름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는 클린턴의 사생활과 공직 경력을 담은 내용으로 2014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인사이드 잡’으로 2010년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찰스 퍼거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퍼거슨 감독은 “클린턴의 매력적인 삶과 활동을 담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27일엔 지상파 방송인 NBC가 4부작 미니시리즈 ‘힐러리’를 제작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5월엔 20대 시절의 클린턴을 소재로 한 영화 ‘로댐’의 제작 계획이 발표됐다.

 요즘 여름 휴가철로 접어든 미국 정치는 하한기다. 의회도 ‘방학’ 중이다. 하지만 클린턴 주변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클린턴 측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한 측근은 폴리티코에 “클린턴이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가는 걸 아니까 각 미디어들이 이젠 영리 목적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이란 브랜드를 둘러싼 논란은 뉴욕시장 선거에서도 등장했다. 클린턴 측은 이른바 ‘섹스팅’(sexting·음란한 문자 전송) 추문에 휩싸인 앤서니 위너 민주당 예비후보가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위너의 부인이자 클린턴의 오랜 참모였던 후마 아베딘이 “남편을 사랑하고 그의 실수를 용서한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 뉴욕지구당의 관계자는 뉴욕포스트에 “클린턴 부부는 위너 부부의 이런 발언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고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클린턴 부부의 대응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은 29일 백악관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장소는 당초 예고한 백악관 내 대통령의 개인 식당이 아니라 집무실 옆 야외였다. 둘만의 오찬에 대해 조시 어네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점심 만남의 주제는 우정이었다”며 “두 사람은 지난 4년간 함께 일하면서 쌓아온 관계가 많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측근은 이날 오찬이 이뤄진 계기가 지난 4월 텍사스에서 열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념관 개관식 때였다고 전했다. 성급한 미 언론들은 “44대 대통령(오바마)이 45대를 만나나”(MSNBC) 등의 제목으로 2016년 대선이 둘 간에 논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양측은 회동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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