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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의 미국의 찬스|선도적 외교 취할 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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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대의 냉전이 과거의 장으로 사라져 갔다하더라도「나토」나「바르샤바」조약국의 지도자들이 창의적인 외교를 전개하지 않는한 냉전의 여정이 완전히 가시리라는 희망은 없다. 미국이 월남에서 슬슬 발을 빼고 있음이 사실이나 미국과 몇몇 맹방들은 아시아에서의 힘의 균위론에 사로잡혀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독판 드골식 제3세력 출현 경계해야|군사력 뽑고「통독」에 총화를>
「브란트」외교의 동구 접근이나「바르샤바」조약국의 구주안보회의등에 대해「워싱턴」 의 반향은 차가운 것이었다. 도리어 미국관변선선 전후「미국에 의한 세계평화」의 질서가「소련주도하의 세계평화」로 변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판이다. 「로저즈」국무는 최근『현재의「나토」체제보다 효과적인 구주안보체제가 있다면 연구해 봐야겠다』고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가능성에 대해선 지극히 직의적이다.
「로저즈」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듣지 않는 한 구주안보회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①소련은 동구의 내정간섭권을 계속고집하는가 ②안보회의가 소련이 동구제국과의 무역통제를 위한 속셈이 있지 않은가 ③소련이 현재와 같은「유럽」의 분열을 인정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그러나 왜 회의탁자에 앉기도 전에 이같은 질문의 대답을 미리 얻어야 되겠다는 건지 분명치 않다.
국제외교대로에 깔린「맨홀」에「위험」표지만 세울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지도자들은 70년대에 외교혁신의 터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구주에서의 군쟁력을 감축함에 있어「모스크바」로부터 일종의 대상물을 받아야 할것이다. 「레어드」국방이 말한대로 71년부터는「나토」의 미군을 줄이겠다는 기본노선이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위군하는 마당에 소련이 힘의 균형이란 명목으로 자청할 리가 없다.
군사간 제의에도 미국은 대기 및 수역오염 문제에 있어서「바르샤바」조약국들과 협력하여 해결해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요는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대 동구외교를 적극적자세로 쇄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구접근으로 서구시장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약화하지나 않나 염려하고 있으나 이는 기우다. 경제적 수요나 값어치로 봐서 동구는 서구 못잖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동구의 경제체제로는 막강한 기존 구미자본시장을 뚫고 들어올 힘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할 건 없다.
「유럽」에서의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미국의 위신은「드골」의 반미주의와 월남전으로 깎일대로 깎였다. 「프랑스」가 미국에 근접해오고 월남전도 시들해지는 이 마당에서 70년대의「유럽」의 도전을 미국이 적절히 소화해 나가지 못한다면「드골」식 제3세력이 또다시 판을 치게될 것이다. 이번엔「프랑스」판이 아니라 서독판 제3세력이 머리를 쳐들 공산이 크다.
구주안보와 독일통일과는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해야한다. 대서양 체제의 입장에서는 동구결속을 두려워할지도 모르지만「브란트」외교는 이미「단일민족에 두 개의국가」를 인정하고나섰다. 두 독일을 통합하는 길은 연방간 의회제로부터 연방내각으로 발전시키는 길밖에 없는데 그렇게하자면 아마 20년은 걸릴듯하다. 문제는 동서대결로부터 협상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알고고있으면서도 서방측 자체가 통일이 안되고 있는 점이다. 아뭏든 오랜만에 미국은「유럽」을 이끌어 볼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유럽」을 이끄는 것은「유럽」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뽑아버리고 인위적인 분단 (독일분열)을 없애는 방향으로 변화를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중대한 기회를 미국외교가 준비하려면「유럽」에서 일고있는 변화의 물결을 막느니보다는 그 변화를 촉진하는 공고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유럽」의 변혁에의 행진에 후미를 쫓을 것이 아니라 향도역을 맡아야 한다.<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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