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해방지법 두고 의료계-시민단체 인식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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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내에서 의료인을 향한 환자, 보호자의 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 폭행 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도 일산 소재 의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사가 수차례 찔려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인을 위한 법적인 보호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진료실 내 폭력은 생각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2월 의사 4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의사·간호사·병원직원에 대한 폭행이나 기물파괴 등의 진료실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95%는 폭언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위협적인 상황을 겪었다고 답했다.

최근 2년간 3명의 의료인들이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거나 대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달만해도 지방 소재 대학병원 두 곳에서 환자 보호자의 폭언, 폭력 행위가 벌어졌다. 폭력을 휘두르던 한 보호자는 여성 전공의에게 “너를 죽이러 다시 오겠다”는 폭언과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지난 18일 일산 한 개인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경제적 처지를 배려하면서 레이저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의사를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의사는 내부 장기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처럼 심각한 진료실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료계는 법 제정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진료실에서의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의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12월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협박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통과하지 못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시민·환자단체들이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관련 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에게 가해지는 폭행을 의료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전의총에 따르면, 시민단체 경실련의 모 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의료인 폭행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기관의 교육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년 전 환자단체 한 간부는 라디오방송에서 “의료인들이 맞을 행동을 하니까 환자와 보호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료계와 시민·환자단체와의 현격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이에 전의총은 “의료인들의 설명 부족과 권위주의 태도가 병원 폭력을 부른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의료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의료 접근성, 서비스, 진료시간 등 모든 항목에서 주요 15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것.

전의총은 “병원폭력이 의료인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경실련과 환자단체에 묻고 싶다”며 “한국 의료 환경에서 환자 1명을 1시간 동안 진료하면 의료진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멈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므로 소중하게 지켜져야 하며, 병원 안에서 벌어진 폭력에 의해 다른 환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의총은 “시민단체는 의료인에 대한 편협하고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서 의료인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하는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의료기관 내 폭력문제를 의료인 탓으로 돌린 발언을 한 경실련과 환자단체의 담당자들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의료인 폭행 방지법에 조속한 통과와 진료실 폭력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격한 수사, 언론의 올바른 여론 조성을 촉구하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자행되는 폭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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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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