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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머릿니 어디서 옮았지 … 후진국병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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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달 초 충북 진천군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 2명과 요양보호사 2명이 전염성이 강한 피부병인 옴에 걸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66세 할머니가 옴에 걸렸고 간병인 등 병원 종사자 3명이 의심 증세에 시달렸다. 옴이 흔한 병이 아니어서 그런지 두 곳 다 대응이 늦어 감염자가 늘어났다.

 옴은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질병이다.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질병이었다. 운이 좋지 않을 걸 두고 ‘재수가 옴 붙었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위생이 개선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이런 후진국형 질병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옴뿐만 아니라 머릿니·백일해·A형간염 등이 그런 유에 속한다.

 2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3만6688명이던 옴 환자는 2011년 5만2560명으로 4년 동안 43.3%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로 따지면 같은 기간 77명에서 107명으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80세 이상의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447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전국 초등학생 3113명을 조사한 결과 1.77%의 아이에게서 머릿니가 발견됐다. 9세 이하, 여학생의 감염률이 높았다. 2011년 감염률(4.7%)보다 낮아지긴 했어도 아직도 머릿니가 아이들을 괴롭힌다.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는 80년대까지만 해도 한 해에 1000명 이상 발생하던 2군 감염병이다. 지난해에는 약 40년 만에 전남 영암의 한 고교에서 집단발병했다. A형간염도 거의 사라졌다가 2011년 5521명이나 발생했다.

 이 병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과거보다 위생 수준은 좋아졌지만 단체생활의 증가 등으로 감염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아름다운피부과성형외과 이상준 원장은 “옴이나 머릿니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애들은 어린이집·유치원·학원에서, 노인은 요양원·요양시설에서 감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온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옴 진드기나 머릿니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동력이 커진다. 일산병원 피부과 조남준 교수는 “옴은 전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간병인·의료진도 추적해 같이 치료해야 한다”며 “내의나 침구류를 세탁한 뒤 3일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이원자 말라리아·기생충과장은 “머릿니에 감염되면 살충제가 든 샴푸를 사용하되 없어진 지 일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써야 알까지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일해와 A형간염의 경우 과거 위생이 안 좋을 때는 적당히 세균에 노출돼 가볍게 병에 걸리고 면역이 생겼다. 하지만 요즘은 위생이 너무 좋아져 적은 양의 균에도 쉽게 걸린다. 백일해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우리처럼 청소년·성인층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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