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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죄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간은 성인이자, 죄인이다-라  말은「마틴·루터」.명언이다.「루터」와 말을 굳이 빌 것 없이 정직한 사람이면 자기마음속에, 이를테면 의식의 저변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요소를 인정한다.
모든 범죄가 가난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옛날에도 많았고,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많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제일 가는 부자 나라인 미국이나, 소위 복지국가들이 보여주는 범죄율의 엄청난 증가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미국과 미국민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린「말라이」사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국 얘기를 할 것 없다. 우리나라의 범죄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지만, 모르면 몰라도 범죄율의 증가는 GNP의 성장율과 맞먹거나, 잘못하면 그것을 상회할지도 모른다. 공화당 사람들이 들추어냈다는 서울 지별시 관료들의 비행 열가진가, 열 두 가지를 보면 약4천원이 왔다 갔단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무원들이 월급만 가지고는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신문사회면의 비애를 더욱 짙게 하는 대소관원들이 정말 입에 풀칠을 할 마련이 따로 없어서 거액의 공금을 횡령하거나 업자나 상인들과 뒷거래를 하는 것일까.
교통규칙 어기기를 식은 밥 먹 듯하고, 마침내는 행인을 치어놓고는 삼십육계를 놓는 자를, 또는 쓰러진 행인을 주워 실어다가 인적 없는 곳에다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는 위인들의 소행이, 꼭 그들이 찢어지게 가난한 탓인가. 길모퉁이에 작당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동년비고교생을 「건방지다』고 해서 난도질을 하는 어린 선비들의 장난은 또 무엇인가. 국민교육 헌장은 어떻게 되었고, 제2경제란 것은 요즘 어디로 갔을까.
우선 잘 살게만 되면 도둑도, 살인도, 깡패도 다 없어지게 마련이라는 안역한 망상을 깨끗하게 버려야 할지 모른다.
「루터」의 그 명언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안의 성인을 키우고 죄인을 억제하는 훈련을 쌓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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