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쓰다 갑자기 무리하면 건초염 위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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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손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손은 더욱 바빠졌다. 손이 혹사당할수록 손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 부위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나타나는 건초염 환자가 최근 5년간 35만 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높은 기온과 습도, 낮은 기압 때문에 관절 내 압력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건초염 환자가 증가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수부외과센터장 김우경(사진) 교수에게 건초염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건초염은 어떤 질환인가.
 “손가락과 손목 관절을 구부리거나 펴려면 건(힘줄)이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건초’는 건을 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건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 작용을 한다. 활액이라는 액체가 들어있어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게 돕는다. 이곳에 염증이 생긴 것을 건초염이라고 한다. 건초염은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목·발목·무릎 등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손 부위에 발생하므로 일반적으로 건초염이라고 하면 손 건초의 염증을 지칭한다. 건막염·활막염이라고도 부른다.”

 -건초염의 증상은.
 “초기에는 손이 붓는다. 손을 구부리거나 펼 때 움직임이 뻑뻑하다는 느낌이 든다. 힘줄 부위를 누르면 아프다.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이 굽혀진 상태에서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증상이 심해지면 ‘방아쇠 수지’ 현상이 나타난다. 간혹 건초염을 방아쇠 수지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방아쇠 수지는 건초염이 심해질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힘줄과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부어 손가락을 제대로 굽히거나 펴기 어렵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딸깍’ 하는 소리가 나고 뭔가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든다.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딸각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건초염은 왜 생기나.
 “대개 힘줄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생긴다. 아무래도 손을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흔히 발생한다. 평소 무거운 짐을 자주 들거나 꽉 쥐면 힘줄이 눌려 붓고 염증이 생긴다. 특히 손을 안 쓰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해서 손을 사용하면 발병률이 높다. 예컨대 자전거·골프·테니스 등 평소 안 하던 운동을 과도하게 하거나 도시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던 사람이 은퇴해서 농사를 지을 때 건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초보 골퍼들에게서 방아쇠 수지가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대상이 있나.
 “젊은 연령대보다는 중노년층의 발병률이 높다. 젊은 사람은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손에 염증이 생겨도 금세 가라앉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염증이 축적되기 때문에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또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염증이나 부종에 취약하다. 여성 호르몬 때문이다. 집안일 때문에 손가락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 여름에 야외 스포츠를 즐겨 하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건초염을 다른 질환과 혼동한다던데.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손목 터널증후군이나 관절염과 혼동하기도 한다. 손목 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다. 반면 건초염은 손저림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 관절염은 하나 이상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장기간 통증이 지속된다. 양손에 증상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초염은 하나의 손가락 마디가 아프면서 손가락이 딱딱해진다. 이런 차이를 일반인이 자가진단으로 구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전문의의 진찰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다.”

 -건초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휴식이 가장 우선시되는 치료법이다.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발병했다면 운동을 그만두게 한다. 될 수 있으면 손을 쉬도록 하고, 소염제로 붓기를 가라앉힌다. 그래도 증상이 지속되면 심한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다. 강력한 소염진통 효과가 있어 붓기가 가라앉는다. 방아쇠 수지 증상도 주사를 맞으면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힘줄이 붓고 딱딱하게 굳은 상태에서 주사로 매끈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수술을 시행한다.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인 ‘활차’의 일부를 가위로 따서 풀어준다. 힘줄이 걸리는 부위가 사라져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수술은 국소 마취를 하고 5분이면 끝난다.”

 -건초염 환자가 주의할 점은.
 “증상이 나타나도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하게 아파서 일상생활이 힘들면 그때서야 병원을 찾는다. 초기에는 휴식과 간단한 보존 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방치하는 기간이 길수록 치료의 강도와 재발 확률은 높아진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 진단만으로 스스로 처치하는 것도 문제다. 찜질도 증상과 시기에 따라 냉온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만성인 상태에서 냉찜질을 해봤자 오히려 증상만 악화될 수 있다. 손이 부었다고 침을 맞으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좋지 않다. 가능하면 손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평소 손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비유하자면 손은 굉장히 정교한 시계 내부와도 같다. 좁은 공간에 여러 구조물이 지나가고 힘줄과 인대가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신경이나 혈관이 눌리면서 붓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즉 손은 과도하게 움직여서 탈이 날 뿐 안 써서 문제가 생기는 법은 없다. 일부러 손 운동을 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을 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특히 주부들은 마트에 갈 때 무거운 짐을 들지 않도록 한다. 짐이 가득 든 비닐봉지는 손에 굉장한 무리를 가한다. 압력이 손바닥 넓게 분산되지 않고 봉지 손잡이가 닿는 부분에만 가해지기 때문이다.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손 건강과 맞닿아 있다. 콩팥이나 대사질환에 문제가 생기면 손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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