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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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서에 길잃은 한마리의 양을 찾기 위하여 목자가 아혼아홉마리의 양을놓고 길을 떠난다는 귀절이 있다.이것은 인간의 생명은 무엇하고도 바꿀수 없음을 비유한것이다.
참으로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고귀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부모자식이나 동포나 인류를 위하여 목숨을바칠수 있을지언정 금전이나 어떠한 물질적인 재물과도바꿀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고귀한 생명이기에, 인간의 생명을 바친 숭고한업적이나 행실은 무엇에비할바 없이 존경을받게 되기마련이다.
얼마전 살인강도를 한 흉악범이 사형집행을 받기전에 빛잃은 눈먼사람을위해 자기눈을 써달라고 유언한 일이 있었다. 살인범이 저질렀던 죄악은 컸으나 그가 죽기전에 남긴 사랑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몸을 값을 쳐서 파는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현대에와서 노예시대와 같은 인신매매는 없어졌다고는 하나 여러 형태로 매매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가난에 쪼들려서 자기몸을 파는 경우도있다. 혈액은행을 찾는 급혈자들이 그 예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장이식수술이 성공하자 많은 편지가 병원으로날아왔는데 그중에는 자기의 신장을사달라는 편지도 여러통 있었다.참으로 놀라운일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오늘날의 사회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줄 모르는 불의의 사고나 재해에대비하여 여러가지 보장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일하다가 다쳐서 죽었을 경우 유족에대한 보상금은 그가 일하던 당시의 평균임금의 1천일분으로 되어있다.그가 다치지 않았다면 앞으로 1천일분밖에 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산출근거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현행법은 1천일분으로 그책임을 면하고 있다.
다친후 죽지는 않았더라도 불구가 되었을 경우의 신체장해의 보상은 그장해도에따라 각각 다르다. 한눈을 잃었을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1백50일분,한팔을 잃었을때는 5백일분, 생식기능의 장해에는 1백일분등 심지어 손가락에 이르기까지 보상의 금액이 세분되어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발을다쳐 절룩거리는 불구자가 되었을경우 50일이나 1백일분등 불과 몇개월의 임금밖에 안되는 돈을받고 평생실업하게 되는것을 볼때 이것은 법의테두리를 떠나 사회의 큰문제를 제기하고있다.
길에 버려진 어린아이는 본체만체 하고 지나가도 강아지는 주워간다는 말이있다.
이것은 현사회의 비정을 풍자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딘가 허무한 생각이 든다.
경제개발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의 70년대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헐값으로 떨어진 몸값을 더없이 귀중하고 사랑에찬 값진것으로 재건해야 할 것이다.
조규상 <가톨릭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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