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사행산업 유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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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경륜.경정장 등 사행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세 수입 증대와 여가시설 확충, 고용 창출 등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행심 조장과 유치 지역 주민들 간의 마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상대로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극심한 행정력 낭비도 우려되고 있다.

◇실태=강원도 태백시는 폐광지역에 경견장((競犬場)과 오토레이스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연간 3천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1백29억원의 수입증대, 3백92억원의 관광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는 월평 사이클경기장에 경륜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시비 5백80억원 등 1천2백80억원을 투입해 2006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완공 첫해 1회 평균 5천명 입장에 연간 1백억원 순수익, 2010년에는 1천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도 경륜장 유치에 나섰다. 전남도가 지난달 2일 나주역 부근 5만7천평 부지에 경륜장 건설 신청서를 문화관광부에 내자 광주시도 월드컵경기장 옆을 후보지로 선정해 허가 신청을 했다. 두 군데는 불과 50km 거리다.

전남도는 모터보트 경주를 하는 경정장(競艇場)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전남 영암군도 영산호에 경주수면 29만여평, 수용인원 1만명의 경정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전남 화순군.전북 임실군은 경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화순군은 올 하반기에 10억원을 들여 공설운동장에 시설을 갖춰 시범 운영한 후 3백90억원을 들여 20만평 규모로 2005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제주도는 경제계.관광업계 등의 목소리를 빌려 계속 내국인 카지노의 제주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사행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엄청난 지방세 수입의 유혹 때문이다.

광주시는 1천억원을 들여 경륜장을 건설하면 연간 67만명(하루 9천4백명)이 이용해 3백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남도는 경정장의 세수입 효과를 연간 3백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문제점은 없나=지자체의 계산대로 입장객이 들아오고, 수익을 달성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문화관광부 체육정책과 박계흥씨는 "지자체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비는 것 같다. 욕심처럼 수익이 쉽게 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초기 투자비가 최소 5백억~1천억원 이상 드는데, 적자가 날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경견장 사업은 아직 관련 법조차 없다. 지자체의 노력이 행정력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경륜장은 주변 아파트 주민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이해석.홍창업.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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