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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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광「호텔」의 객실부족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무려1천5백여 실이 모자란다. 내년 일본대판에서 열리는「엑스포70」을 앞두고 5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들어올 것을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전국의 관광「호텔」은 50개(서울22·지방28)이다. 이중 70%가 기준미달로 관광「호텔」의 구실을 할수 없다고 한다. 청소불결, 건물노후, 불친절등이 지적되고 있다. 어떤「호텔」은 화장실의「신사」·「숙녀」구별도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훨씬 이전에도 있다. 외국관광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까』하는 그것이다. 우리의「치부」를 관광거리로 내놓을 수는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도시와 지방의 판이한 풍경이다. 서울의 고층누각들과는 너무도 충격적인 대조를 이루는 초가삼간의 그 우울한 풍경들. 관광유치이기보다는 관광구걸의 인상마저 주는「매너」들, 토산물인지 쓰레기인지 구별할 수 없는 불량상품들-. 게다가「픽 포키트」까지 한몫 끼고 보면 관광의 인상은 악몽일 것도 같다.
이것은 시설과는 상관없는「모럴」의 문제이다. 흐뭇한 인간미와 예절바른 우리의「매너」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까짓 호화판시설만 들출 것은 없다. 세계의 관광객들은「뉴요크」의 마천루보다는「로마」의 허물어진 성터에서 더 감탄한다. 이것은 정신의 가치와 물질의 그것을 저울질 할 수 있게 해준다.
만일 누가 한국의 관광「호텔」에서 윤락한 풍경이나 보고 바깥에선 불결하고 불쾌한 인간관계라도 당하게 되면 그의 인상은 비오과 악몽뿐일 것이다,
사실 한국의 관광「호텔」들은 관광의 쓸모보다는 윤락의 용도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무뢰한들의「카지노」판,「콜걸」들의 추악한 교태, 걸맞지 않는 허풍신사들의 불결한 사교가 횡행하는 곳이「호텔」이고 보면 관광객은 줄행랑을 칠 것이다.
오늘의 관광객은 호사스러운 유한객뿐이 아니다. 그 대부분은 건실하고 정숙한 서민들일 경우가 더 많다. 여가의 시민화시대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호텔」이며 그 시설은 무턱 사치족 일변도의 취향만을 좇을 필요는 없다.
「유럽」의 이름난 관광지의「호텔」들이 박리다매의 상술로 수수한 차림을 하고있는 것 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호텔」을 윤락지로, 그래서 온갖 것을 턱없이 사치하게 꾸미는 따위의 상술이나「매너」는 오늘의 여가시민들에겐 역겨운 일이기도 하다. 윤락「호텔」인지, 관광「호텔」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술은 아마 한국만의 진기품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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