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서에서 구속까지|포항시장터 부정불하의 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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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역구쟁탈을 위한 두 국회의원사이의 불화설, 상부압력설 등 갖가지풍문을 자아냈던 포항시 죽도시장부지 부정불하사건은 11일 검찰이 현경주시장 배수강씨를 구속함으로써 일단 매듭을 지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수사국(오희택부장검사)은 3일 동안의 현지수사에서 배시장이 1억4천여 만원의 국고손실을 끼쳤다는 확증을 잡았으나 피의자의 신병도 확보하지 않은 채지난 8일 돌연 현지를 철수했기 때문에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마저 자아내게 했던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수사가 끝난 뒤 이틀동안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검찰고위층은 『담당검사로부터 수사결과를 보고 받지 못해 구속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고 말끝을 흐리다가 10일 하오에야 배시장 등 관련자에 대한 구속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사건의 불씨가 된 죽도시장(남부시장)은 포항시에 하나밖에 없는 종합시장으로 폭36m의동해안 간선도로를 끼고있는 데다가 교통의 요지에서 시장 땅치고는 노른자위 . 6·25당시만 해도 갈대밭의 황무지였는데 피난 온 5백여 영세상인들이 개척, 국세청고시가격이 평당6만원의 황금시장으로 되었으나 68년 정부의 시장사유화계획에 따라 불하키로 된 것이다.
작년 6월 포항시의 감정의뢰를 받은 5개 은행(조흥·중소기업·한일·국민·농협)은 3천9백9평의 시장부지를 전국토지시가조사표에 의해 2억5천3백99만8천6백 원이라는 공동감정가격을 내놓았다.
배시장은 5개 은행의 공동감정가격이 연고권자인 상인들이 사들이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1억 원 선으로 재 감정을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현지 사정에 익숙한 5개 은행이 말을 듣지 않자 배시장은 지난 4월14일 신설된 지 얼마안된 대구은행 포항지점과 포항에 지점도 없는 주택은행대구지점에서 『예금을 많이 하겠다』는 조건으로 1억6백50만 원이라는 헐값으로 감정을 받았다.
포항시는 감정가격이 나온 지 3일만에 시장번영회(대표 김옥득)에 1억7백50만원에 전격적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계약서에는 일시불인 경우 대금의 30%가 공제된 나머지 7천5백만 원만 적어 시장번영회에서 65만원의 취득세까지 포탈할 수 있도록 편리를 보아주었다.
현지 수사결과 배시장은 매각대금 중 2천3백만원이 헐값으로 감정한 두 은행에 정기예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포항시는 68년 주차장 시외이전, 하수도공사, 관광「호텔」유치 등 10가지 사업을 시공약으로 내세워 이에 대한 재원확보를 위해 싼값으로 처리했다고 발뺌을 하고있으나 매각대금의 3분의1을 은행에 정기예금하는 등 시장부지를 빨리 처분했어야 할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
당초 이 사건은 불하경쟁자들의 투서·진정으로 대구지검경주지청에서 수사에 나섰으나수사 진전이 없자 대검수사국에 투서가 날아들어 현지수사에 들어가게 된 것.
지난 6일 대검수사국의 손이 뻗치자 배시장은 김모국회의원에게 시외전화를 걸어 『마지막부탁이니 살려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배시장은 자매결연관계로 일본에 출장예정으로 상경했으나 내무부고위층의 지시로 출장계획이 취소되자 고위층을 찾아다니며구명운동을 벌였다는 것.
배시장의 측근으로는 이모의원이 손꼽혔으나 사건이 터지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모의원에게 매달리게 됐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배시장의 구속결정이 있기 전까지도 내무부고위층사이에서는 『배시장이 구속될 리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검찰신문에서 『불가항력이었다』고 발뺌을 한 배시장의 말과 어떤 연관성을 갖게 하는 의문도 품게 했다.<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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