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제교육] 조충환 한국타이어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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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우리 집은 아들만 둘 있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절제된 소비와 경제적 자립심을 키워주려고 애썼다.

나는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무역회사의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절대로 용돈을 그냥 주지 않았다.

부모와 상의하거나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할 때 그에 대한 성과급 성격으로 용돈을 주었다. 또 심부름을 하거나 집안 청소를 한다든지 나와 아내의 구두를 닦는 등 집안일을 하거나 도왔을 때 그 노력의 대가로 주었다.

아울러 아이들이 용돈을 받거나 여윳돈이 생기면 언제든지 저축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시절부터 통장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돼지 저금통을 사다 주었다.

어릴 적부터 돈의 소중함을 알고 저축하는 습관을 기름으로써 자립심을 키워주자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들은 주변 일본 사람들이 근면하고 돈을 아껴 저축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지도에 잘 따라 주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매달 일정액의 용돈을 정해서 주고 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쓰도록 했다. 특별히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들 스스로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큰 아들은 신용카드사에 다니고,작은 아들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에서 근무한다. 둘 다 돈을 직접 만지거나 돈 쓰고 정리하는 업무(회계)를 꼼꼼히 따지는 일인데 어려서부터의 용돈관리 및 합리적 소비교육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결혼해 딴 살림을 차린 뒤에도 반드시 소득의 일정 부분을 뚝 떼어 저축하는 '선(先)저축, 후(後)지출'을 생활화하도록 거듭 강조했고, 두 아들 부부가 잘 따르고 있어 대견하다.

베스트 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돈의 힘이 아니라 돈을 관리하는 힘이 부자를 만든다'고 했다. 돈의 가치 및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개념과 규모있게 쓰는 소비습관의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요즘 20.30대 젊은층이 무절제한 소비때문에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다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소비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쓰다가 부족하면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생각은 아예 어릴 적부터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커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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