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 규제방식의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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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체한중인 IMF협의단과 현행재정안정계획의 기준을 12월말에서 6월말로 바꾸어 적용기간을 금년7월부터 내년 6월까지로 하고 통화량규제도 「리저브·베이스」방식에서 국내총자산방식 (Net Domestic Assets)으로 변경할것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한다.
남재무에 의하면 이러한 재정안정계획기준 및 통화규제방식의 변경은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매년하반기에 자금집중현상을 일으켜 연말을 기준한 연초의 안정계획작성에서 제반 가정이 불합리하게 설정되기 쉽고, 「리저브·베이스」방식에 의한 통화규제는 통화량의 급증추세가 있을 경우, 신용조출을 막기위해 기준예치금을 늘리면 오히려 한도를 잠식하는 모순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통화규제방식을 외화자산의 변화에서 오는 통화증발을 배제한 순국내자산한도로 하고 그나마 그 국내총자산중에서도 정부예산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만큼 대정부여신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아직 변경된 내용이 상세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선 이번 조치의 배경과 그 몇가지 문젯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적용기준을 12월말에서 6월말로 바꾼것은 금년도「리저브·베이스」 한도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연말한도제를 폐지하고 내년6월까지 시간적여유를 얻자는 의도인 것 같다.
지금까지 IMF와의 협의과정에서「리저브·베이스」연말한도증액에 난색이 표명된 가운데 10월말에 이미 연말한도를 55억원이나 초과했으며, 추곡매상자금등 앞으로 폭주할 자금수요로 한도유지가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둘째, 금년도재정안정계획을 하반기부터「리저브·베이스」방식으로 바꾼지 불과 4개월만에 다시 수정을 가하는 것은 안정계획 집행에 있어 정부의 자율성이 원만하게 운용되지 못한데 연유한 것이라 할 것이다. 「리저브·베이스」이전의 안정계획이 부문별한도를 두어 집행된데 비해「리저브·베이스」방식은 바로 통화의 간접규제였고 정부재량권의 광대였으나 무모한 현금차관, 방만한 대출등은 안정기조 위협요소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셋째, 통화량증가의 불가변성은 수해, 국민투표, 예측치(12%)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 (15%이상추정)등 다분히 귀납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고율성장이 안정을 경시한 투자과열에서 빚어진 점을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히 경제규모확대에 따른 통화공급의 증대만을 계획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넷째, 9월말현재 3백3억원의 통화가 증발, 전체통화량증가 (4백25억원)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해외부문을 별도 규제하고 외환부문의 통화증발분이 금융기관에 환류되면 대출을 규제하여 통화량증가를 막으려는 것은 국제수지균형화정책이 국내안정을 파괴할 위험요소를 배제하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외환부문의 압력이 민간여신을 압도하는 지금까지의 추세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다섯째, 균형예산을 전시로 대정부여신을 국내총자산에서 제외키로 했으나 양입계출의 원칙이 지켜지지않는 현재의 예산집행 실태로 볼 때 단기적인 유동성팽창의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규제방식변경은 우선 「인플레」의 통화적요인제거와는 상반되게 통화량 증가가 계획되고 있는 것이며, 아울러 안정계획의 핵심인 해외부문과 대정부여신에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데만 목적이 있다고 분석할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열투자와 지나친 성장의욕등이 근원적으로 조정되지 않은 규제방식변경등의 방편만으로는 점차 현재화하고있는 「인플레」 위협을 제거하는데는 하등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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