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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농 할 농민 적어, 영세농만 늘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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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지소유상한제 철폐 문제가 다시 논쟁의 와중에 들어섰다. 새 지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상정되어 아직 햇빛을 못보고 있는데 10월 중 월례 경제 동향 보고 석상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재연된 것이다. 이 농지소유상한제 철폐는 어제오늘에 비롯된 문제가 아니며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전문 34조 부칙의 새 농지법안성안 당시에도 각계각국의 견해가 구구했으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전면 철폐 대신 상한제 완화로 낙착되었던 것이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면 철폐 방안을 다시 검토중이며 한편으로는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새 농지 법안의 수정 대지 보완 작업을 진행중인데 농지소유상한제의 전면 철폐에 대한 학계의 반응을 보면-. (무순)

<기업농은 시기상조>조기준 (고대 교수)
토지소유상한제 철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폐지할 단계가 왔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기업농이 성숙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도시 자본에 의존하여 경영을 확대한다는 것은 토지 개혁 후 음성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소작을 양성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기업농을 억지로 시킨다면 도시 자본이 농촌에 들어가서 농업을 육성하기보다는 농토를 일부에서 집중 소유하게 하여 토지 소유 계층만 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농민과 농촌을 위한 것이 못된다.
현재 도시 근교의 영농을 봐도 농업 수익보다는 토지에 대한 투자 경향이 농후하지 않는가?
토지상한제 철폐보다는 협동 체제에 의한 소규모 영농을 대규모 경영 형태로 확대, 농촌 개발은 농촌 스스로가 할 수 있게 기반 조성을 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지주제 부활 가능성>김문식 (서울 농대 교수)
토지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한다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현재의 3정보인 상한을 인상한다든가 또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특수한 경우 예컨대 법인·유한회사·조합 등에 예외 조치하여 협업농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상한제를 철폐하여 개인에게 많은 토지를 소유케 하면 경지 없는 영세농이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타경의 여지를 주어 지주제의 부활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제한을 철폐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농업 투자 수익율이 이자 수익율 보다 낮아서는 도시 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농 규모를 확대해서 자본 장비율을 높여 농업을 기계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아 소망스러우나 소농일수록 토지 이용율이 높기 때문에 현싯점에서는 소농을 두고서 협업을 권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농 육성 병행을>김상겸 (연세대 교수)
이 문제는 국회농림분위의 오래된 숙제이다. 이 법안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을 만들 때 공청회에 참석해서 원칙적으로 찬성했으나 무조건 철폐한다는 점에는 찬성할 수 없다.
현재 농협 운동이 전농민을 대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기업농에 가까운 것도 많지만 농업으로 자립할 수 없는 영세 농가가 더 많다.
따라서 농지소유상한제 철폐는 ①토지 소유 집중 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②중농을 중심으로 농협 운동을 재편성하여 기업농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져야한다.
이 상한제 철폐는 현재 고이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소작 형태를 일소시키고 중농을 중심으로 한 협업농과 대농을 중심으로 한 기업농의 육성책이 병행되어야할 것이다.

<식량 자급 후퇴 위험>이규동 (본사 논설위원)
상한제 철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농지소유상한제를 풀어봤자 농민 가운데서 기업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거의 무시할 정도이며 현재의 농업 체제가 주곡농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업농 확장이 식량 자급율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농업의 기계화나 경지 정리 또는 기업농 육성이 현행 농지 소유 제한 때문에 구애받지는 않는다고 본다.
경지 정리와 농업 기계화는 읍·면 등 부락 단위로 협업농 형태를 이뤄 실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것은 영농기구의 사용기간이 짧고 따라서 기업농 한사람이 기계의 유휴 관리비까지 부담하는 것보다 단위 부락에서 기계 운용의 극대화를 기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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