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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물가의 「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은(IBRD)조사단의 한국경제에 대한 조사평가보고서 내용이 일부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비교적 발표해도 무방한 사항만으로 되어있지만, 이정도의 중간평가만으로써도 여러가지 주목할만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있다.
세은조사단은 이미 수출「드라이브」정책이 내포한 자체모순성을 지적하고, 특혜부여의 단계적 철회를 권고한것으로 알려진바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본란도 논평한 것이므로 중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세은은 물가와 환율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한 권고를 하고있는 것이다. 우선 환율이 년간 4%수준씩 상승하고 있는데 소비자물가는 년간 10%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환율과 물가의 「갭」이 더욱 벌어지고 있는 모순이 있음을 세은은 지적하고 있다. 세은은 환율을 년간도매물물가상승률과 맞먹는 8%선으로 인상조정해갈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와 아울러 물가상승이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한다.
이러한 상충되는 지적과 건의는 세은조사단의 고충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당면한 정책적모순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것인가를 여실히 들춰내는 것이라 할것이다.
그 동안의 고도성장이 고율차관과 투자로 이룩된 것이나 그 산업적기반은 가공산업화의 속도를 가속시킴으로써 수입의존성을 제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의 만성적·고질적인 악화를 필연적으로 촉진시키는 것이었다.
때문에 국제수지의 모순을 극복하기위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의 강행이란 궁지로 몰리게 된것이며 무리한 수출지원과 고율투자는 필연적으로 물가와 재정금융 정세를 악화시켜 왔던 것이다. 통화·물가의 불안은 국제수지의 가일층의 악화를 유발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경제의 논리에 직면해서 더욱 수출지원을 강화해야하는 정책적악순환이 반복되고있는것이다.
국제수지「갭」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환율의 인상내지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미 수입의존형으로 굳어진 국내산업구조는 환율인상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켜 물가상승이란 자기파괴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미 6천억원 수준을 상회하는 지불보증으로 말미암아 환율인상은 통화금융을 근본적으로 교란시킬 공산을 짙게하고 있는것도 숨길수 없는것이다.
이나라 경제가 환율과 물가라는 기본적「딜레머」에서 단시일안에 빠져나갈 방법은 통화가치의 안정밖에는 딴길이 없다. 이러한 기본적모순을 충분히 알고있기 때문에 IBRD조사단도 물가상승의 해독을 지적하고 환율인상을 조금 더 대담하게 하라는 정도의 권고를 하는데 그친 것이라고 평가되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환율과 물가의 모순이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일수록 보다 과단성있는 시정책을 끈기있게 밀고나가야 할것이다. 고도성장정책의 근본적인 후퇴를 기축으로 하는 종합조정만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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