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관련 펀드 상품 속속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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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슬슬 양적완화(QE)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 느슨해진 돈줄을 조이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경기회복국면에서 돈줄을 푸는 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출구 전략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으론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유동성 유입이 컸던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꼽히고 있다. 그래서 FRB의 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에 관해 입을 열었던 지난 6월 초 신흥시장은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채권과 주식관련 펀드에서 급격한 자금이탈이 일어났다. 그 결과 주가와 채권값이 폭락했다. 다행히 미국의 경기지표와 고용상황이 예상과 달리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 연기를 시사하며 꼬리를 내렸다. 증권시장이 급반등세로 돌아섰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실행시기가 문제일뿐 기정사실화된만큼 투자전략도 여기에 맞춰 궤도수정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고위험 자산군 보다는 중위험 자산군에 대한 선호현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기업실적이 둔화되고 경제의 자원의존도가 심한 신흥국보다는 해외시장에 투자됐던 자금의 환류 가능성이 높은 미국 증시가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펀드 신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미국 중소형주나 신용도가 높으면서 잔존만기가 짧은 고금리 채권을 편입하는 펀드가 주류다.

● 한국투자 레그메이슨 미국 중소형주 펀드=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달 내놓은 펀드다. 미국 소형주 지수는 시장 반등시 강한 복원력을 가지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2002년과 2009년에 저점을 기록 한 이후 1년 누적성과를 살펴보면 소형주 지수는 대형주 지수인 S&P500 보다 모두 25%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이 펀드는 2007년 5월에 설정된 ‘레그메이슨 로이스 미국 소형주 오퍼튜니티(Legg Mason Royce US Small Cap Opportunity)펀드’에 집중 투자 하는 재간접형이다. 펀드운용은 레그메이슨의 자회사로 40년 전통의 미국 중소형주 투자 전문인 로이스(Royce)사가 맡고 있다. 이 펀드의 운용성과는 2013년 4월 말 기준으로 1년 17.58%, 3년 30.72%, 5년 44.85%를 기록하며 전구간에서 비교지수를 상회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영업본부 함정운 상무는 “미국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45%규모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중소기업들은 수익의 85%를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는데, 전 세계에서 미국 경기가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내 노출도가 높은 중소형주가 좋은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투자 수프라플러스 펀드(채권)=지난 10일부터 대우증권 전 영업점에서 판매개시됐다. 이 펀드는 신용도 높은 초국가기구(Supranational Union, 이하 수프라)와 국내외 국책은행이 발행한 고금리 통화표시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수프라는 다수 국가가 의사결정 권한을 공유하고 있으며 대상 국가의 경제개발 촉진을 지원하는 등의 설립목적을 가지고 있다. 자금 조달은 채권발행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국제신용등급은 ‘AAA’로 매우 높다. 국내외 국책은행 발행채권은 국제신용등급 ‘A’ 이상으로 하이일드 채권보다 신용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투자대상 채권의 통화는 멕시코 페소(MXN)·터키 리라화(TRY)·남아공 란드(ZAR)·인도 루피화(INR)·호주달러(AUD)·브라질 헤알화(BRL) 등이다. 이들 통화표시 채권은 4~8%수준의 금리를 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Fixed Income본부 이미연팀장은 “이 펀드가 투자하는 채권의 잔존만기는 대부분 3년 이내로 다른 글로벌채권 펀드보다 짧아 금리상승 시기에 위험이 낮다”며 “금리급등과 미국채의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포트폴리오의 자산배분 차원에서 중기적으로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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