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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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투표참관인 중 21세의 아가씨가 등장해서 화제가 되엇다. 그것도 여당아닌, 야당이라는데 더 시선이 간다. 야당참관인은 여당측보다는 어느모로보나, 그 역할이 수월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상할만하다. 딱이 무슨 위협이 있어서가 아니라도, 심리적으로는 적어도 그럼직하다. 바로 그 야당의 참관인에 양년의 아가씨가 나선것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더 동원하면 그 아가씨는 남성의 정치적 역할을 불신한것이나 아닌지 모른다. 갈대와 같은 것은 여자의 마음이 아니라 남자의 마음이라는-사실 야당의 참관인중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는 보도도 없지 않다. 직무태만한 자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지경이 되면 『차라리 내가 나가서...』하고 팔을 걷고 나서는 여성도 있을 법하다.
그 시선을 모은 여성참관인은 막걸리를 마실 턱도 없다. 담배를 피울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겁보도 아닐 것 같다. 앙칼지기로 치면 누가 감히 여자를 당하랴.
희랍희극에 이런 얘기가 있다.「아리스토파레스」작 『여성의회』
미명에 여성들은 남장을 하고 나타난다. 그래서 국회장에 집결한다. 남성을 대신해서, 여성천하를 만들려는 음모이다. 주인공「프락사고라」여사는 역사적인 연설을 시작한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국고에서 일당을 받고있으면서도 하는일이란 자기의 이득에만 급급하는 것 뿐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제 생각을 따른다면, 구제의 길을 아직 남아있읍니다. 남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여자에게 국정을 맡기시기 바랍니다. 가정에서도 여자는 가게를 맡고, 잘 꾸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드디어 그 안은 만장일치로 통과˚토지, 노예, 돈, 가재는 몽땅 공유제로 선포된다.『…그래서 미인을 구하는 남자라도, 현실은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역시 여자쪽도 마찬가지-˚물론 이 희극은 기원전 392년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아이러니」와「새타이어」는 시간을 초월하고 있다.
설마 한국의 위정자들은 그런 음모가 두려워 새벽잠을 설칠 까닭은 없다. 다만, 참관인을 굳이 남자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하나의 선례(?)에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명낭선거의 「아이디어」라고나 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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