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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무늬만 2000만원대 수입차? '무늬' 버리고 실속 태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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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수입차가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맨 앞줄엔 2000만원대 수입차가 달린다. 디젤 승용차가 구축한 ‘수입차 점유율 10% 시대’를 한 단계 높일 기대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2000만원대 수입차는 구색 맞추기용이었다. 그러나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상반기 2000만원대 수입차 판매량(1899대)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8% 늘었다. 종류도 9개 모델에서 15개로 증가했다. 박동훈 폴크스바겐 사장은 “소형차는 이제 수입차 시장에서 하나의 물결이 됐다”고 선언했다.

피아트 친퀘첸토, 2240만원에 구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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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무늬만 2000만원대이던 차들의 가격이 실질적인 2000만원대에 접어들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특별 할인행사 형식을 빌려 차량 가격을 2000만원대 초·중반으로 맞추고 있다. 피아트는 7월 한 달 동안 소형차 500(친퀘첸토)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리몬테 등 전 차종을 200만~500만원 할인해 준다. 500의 경우 450만원 할인돼 2690만~2990만원이던 가격이 2000만원대 초중반인 2240만~2540만원으로 낮아졌다. 2240만원이라는 가격은 현재 판매 중인 수입차들의 공식 가격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트로엥도 다음 달까지 대표 소형 해치백인 DS3 가격을 2990만원에서 2540만원으로 크게 낮춰 판매한다. 공식 가격이 최저 3030만원인 푸조 308도 7월 한 달 동안 140만원 상당의 주유권 제공 행사를 진행한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격이 2890만원이 되는 셈이다. 원래 2000만원대였던 푸조 208도 7월에 50만~110만원 할인행사가 진행돼 가격 부담이 더 낮아졌다.

 2000만원대 차량 경쟁은 올 4월 폴크스바겐이 폴로를 2490만원에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만 해도 이 가격은 국내 출시된 수입차 가운데 닛산 큐브를 제외하고는 가장 싼 가격이었다. 폴로는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독일차’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지난달 말까지 두 달여 만에 702대가 팔려 나갔다. 수입 소형차의 자존심이었던 미니도 2000만원대로 몸을 낮췄다. 최저가가 3040만원이던 미니는 지난달 ‘미니 오리지널’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폴로보다 딱 100만원 높은 259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모델은 전자계기판(비주얼부스트)을 아날로그식 계기판으로 교체한 정도를 제외하면 외관과 제원에서 모두 기존 ‘미니 쿠퍼 SE’와 같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한층 돋보였다. 이 때문에 벌써 주문량이 500대를 넘어서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7세대 골프 2990만원으로

 불붙은 수입차 시장의 ‘2000만원대 마케팅’은 이달에도 이어졌다. 2일 출시된 폴크스바겐의 7세대 골프는 1.6TDI 모델 가격이 상징적으로나마 3000만원 벽을 깨고 2990만원으로 책정됐다. 골프는 해치백(트렁크 공간이 실내와 분리되지 않은 차량)의 대명사로, 1974년 첫선을 보인 후 지난달까지 전 세계 누적 생산량이 3000만 대를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2005년 첫 등장 이후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이런 베스트셀러 자동차의 가격표에 ‘2’자를 붙인 것이다. 신형 골프는 국내에서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의 2종류로 출시됐다. 이 중 1.6 모델의 가격이 2990만원이고 2.0모델은 3290만원이다. 기존 6세대 골프의 1.6 모델은 국내에서 3120만원에 팔렸다. TDI와 블루모션은 각각 폴크스바겐그룹 고유의 디젤엔진과 친환경 기술을 일컫는 용어다. 신형 골프는 축간 거리(휠베이스)가 59㎜ 길어졌고, 너비도 12㎜ 넓어지면서 실내 공간이 이전 모델보다 넉넉해졌다. 출시 2주 만인 15일 현재 주문량이 1500대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경우 이제 소형이나 준중형 차량을 3000만원대에 내놓기가 부담스러워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 i40·벨로스터 30만원 할인 맞불

 국내 업체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i40와 벨로스터의 일부 모델 가격을 이달부터 30만원씩 낮췄다. ‘국민 세단’ 쏘나타와 K5·투싼·스포티지 등도 2000만원대 수입차의 잠재적 경쟁권 안에 있다. 같은 수입차지만 고급 차종의 약진과 2000만원대 차종의 선전은 국내 업체에 완전히 다른 의미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과거에는 국산차로 시작해 여유가 생기면 수입차로 옮겨오는 패턴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엔트리카(생애 첫 차)로 수입차를 사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차를 거치지 않고 수입차만 타는 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상으로는 수입차 구매자의 44.5%(상반기 기준)가 20~30대이지만, 업계에서는 계약자(부모)가 아닌 실제 차 운전자를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입차 시장의 커진 덩치가 소형차 수입을 한결 쉽게 할 수 있는 저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국산차와 달리 운송·통관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수입차 시장의 초기에는 마진이 많이 남는 대형차 위주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 판매망과 서비스망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반드시 고가·대형 차량이 아니더라도 들여올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1만2792대로 전년동기보다 20.9% 늘었다. 상반기 판매량은 7만448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7% 증가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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