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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상의 「지도적 역할」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은 애지외상의 방미귀국을 계기로 72년까지 「오끼나와」미군기지가 일측에 반환되더라도 미군기의 「오끼나와」기지사용을 용인한다는 결론을 굳혀가고 있다고 전한다. 또 일본의 좌등수상은 「오끼나와」반환이 실현되면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일본이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발언한바 있었는데 지난 26일 일본여당인 자민당은 미-일안보조약을 자동갱신키로 한 결정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좌등수상은 상기발언중에서 일본이 「아시아」의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 『미국은 현재의 위치에서 다만 「아시아」의 안정을 지원하는 위치로 물러나게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와같은 움직임은 일본의 정부와 여당이 (1)미군기의 기지사용을 조건부로 「오끼나와」를 반환받는다 (2)미-일안보조약의 자동갱신을 강력히 밀고 나간다는 정책방침을 천명한 것으로서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주목을 끈다. 일본의 보수세력은 오래전부터 「오끼나와」의 조건부반환과 미-일안보조약의 자동갱신등을 중요정책으로 내세워왔던 것이므로 이제 그 강력한 실천을 다짐했다고 하여 조금도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오끼나와」반환문제와 미-일 안보조약 갱신문제는 미일간의 현안문제인 동시에 극동,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일본정부와 여당이 반대세력의 치열한 저항을 각오하면서 미-일쌍방이 납득할수 있고 또 「아시아」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문제해결의 방향을 찾고자 함은 자유진영을 위해 다행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로서 도저히 묵과할수 없는 것은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일본의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한 좌등수상의 발언이다. 그 『지도적역할』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자세치 않다. 그렇지만 일본이 그런 역할을 맡게될 때 『미국은 다만 「아시아」의 안정을 지원하는 위치로 물러나게 될것』운운한 것을 생각하면 일본이 미국에 대신하여 「아시아」의 지배자로 재등장하겠다는 꿈을 갖고있음을 간과키 어렵다. 「닉슨」행정부의 「신대아정책」구상이 「아시아」에서 세력권정책을 점진적으로 후퇴시키는 대신, 「아시아」제국의 힘을 결집하여 「아시아」에서 집단안보를 맡게하고 또 그렇게 함에 있어서 일본에 핵심적지위를 부여해보겠다는 것임은 널리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책구상을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정책이 「아시아」제국의 환영을 받기위해서는 (1)「아시아」제국사이에 가로놓여있는 경제발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2)일본의 영향력을 우려치 않을정도로 「아시아」제국과 일본간에 정치적신뢰감이 조성되고 (3)일본이 그경제적 역량으로 「아시아」의 공동안전과 번영에 기여한다는 조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처럼 이런 조건의 성숙이 전도요원한 정세하에서 미국이 「아시아」안보에서 걸머졌던 책임과 역할을 일방적으로 후퇴시키고 그 대신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일본이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아시아」의 자유제국은 공산주의로부터의 침략위협을 느끼는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노력권에의 포섭위협을 위구치 않을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지도적 역할」자부가 반드시 신판 「대동아권」의 건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덮어놓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이 나올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시아의『지도적 역할』을 맡겠다는 자칭「대일본」이 이웃에 있는 한국의 조그만 영토-독도를 빼앗기 위해 간계를 농하는 것을 보면, 도국근성에 바탕을 둔 「아시아」의 지도는 형태를 바꾼 신식민주의적 지배의 재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한국은 물론, 「아시아」제국이 둔각심을 높이지 않으면 안될 소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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