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낙하산에 이어 결사대 투입

＜결승 2국＞
○ ·구리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3보(29~44)=백△로 수비하자 29로 끊고 31로 밉니다. 여기서 백의 다음 수가 어디일까요. 머리를 얻어맞는 건 아프니까 ‘참고도’처럼 백1로 뻗어야 할까요. 한마디로 이건 안 됩니다. 백1로 뻗으면 흑은 얼씨구나 하고 2로 밀겠지요. 경제적 가치로 보더라도 흑이 월등합니다. 더구나 백3의 응수가 필연이어서 선수를 잡은 흑이 4로 우변을 지키면 순식간에 판이 새까맣게 변하고 맙니다. 또 흑A는 얼마나 기분 좋은 수입니까.

　머리를 얻어맞는 게 아픈 건 사실이지만 경우에 따라 얻어맞을 때도 있는 겁니다. 바둑엔 ‘절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리 9단은 32로 가볍게 낙하산을 투하했고 33엔 34로 전개하여 생존의 틀을 잡아갑니다. 35는 물론 아프지만 당해줍니다.

　38로 달아나자 이세돌 9단은 39로 멀찍이 품을 넓힙니다. 공격의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흑진을 강화하는 거지요. 바로 이때 구리 9단이 40으로 깊숙이 돌격해왔습니다. 검토실에선 비명소리가 터져나옵니다. 흑진은 두텁고 깊지요. 깜박하면 오도가도 못하게 됩니다. 38쪽 석 점만 해도 만수무강까지는 아직 먼 길로 느껴집니다. 한데 구리는 또다시 하변으로 돌격했습니다. 기리(棋理)에 맞는 수법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 기세와 각오가 하도 날카로워 강철 같은 이세돌 9단도 잠시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이제 가만 놔둘 수는 없습니다. 44에서 흑의 공격은 어디일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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