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자축구팀 오늘 서울에 …'화해 슛' 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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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 선수단 39명이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18일 서울에 온다. 베이징을 경유해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북한 선수단은 선수 21명과 임원 18명(재일 조총련계 임원 3명 포함)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2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 대결을 시작으로 일본(25일·화성 종합경기타운), 중국(27일·서울 잠실운동장)과 차례로 경기를 펼친 뒤 28일 평양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숙소는 상암동 스탠포드호텔로 정해졌다.

 재일 조총련 관계자로 구성된 응원단 31명도 입국한다. 여기에는 재일동포 축구선수로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활약 중인 정대세 선수의 부모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측은 인공기를 들고 응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는 조총련 측에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당국자는 17일 “국제경기라 인공기 응원이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국민의 대북 감정과 경기장에서 보수단체와의 충돌 우려 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부 4개국(한국·북한·중국·일본)과 남자부 4국(한·중·일·호주) 간의 경기는 JTBC가 독점 중계한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남한 방문은 2009년 4월 서울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참가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남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17일까지 네 차례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오는 22일 후속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진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순수 대북 인도 지원과 함께 문화·스포츠 교류 등은 허용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등에 대응해 취해진 5·24 대북제재 조치 등은 유효하지만 순수 스포츠 교류란 측면에서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은 축구를 통해 당국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터온 경우가 적지 않다. 1999년 8월 평양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가 열렸고, 화해협력 분위기는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데 도움을 줬다. 90년 10월에는 경평(서울·평양)축구대회가 44년 만에 부활했고 1년여 후에는 남북 기본합의서가 타결됐다.

 이번 선수단 방문이 남북 간 스포츠 교류에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0년 정상회담 3개월 후인 9월에는 남북한이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등 크고 작은 국제경기에 아홉 차례 함께 입장했다. 하지만 2007년 겨울 아시안게임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 행위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스포츠 분야 교류도 중단됐다. 이번 경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향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여자축구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9위로 한국(19위)보다 우위에 있다. 2001년 아시아여자축구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에는 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우승했다.

이영종·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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