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처, 금감원서 내년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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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융감독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가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독립한다. 사실상 ‘제2의 금감원’이 생기는 것이다. 금소원은 금감원과 별도의 금융회사 제재권도 갖게 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23일 국무회의에 보고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내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내년부터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기구로 격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의 하부 조직이 아닌 동등한 지위를 갖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조직상으로는 금융위의 산하기구가 된다”며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소처의 주요 업무는 금융상품 판매감독과 민원·분쟁 조정이다. 금융회사의 위법행위를 징계하는 제재권도 갖게 된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확실한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동안 금감원이 행사한 가장 막강한 권한인 제재권을 금소원에 별도로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검사는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긴급사안에 대해서는 단독 검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소원의 운영 재원은 현재 금융회사가 금감원에 내는 감독분담금을 나눠 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안은 지난달 21일 발표된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의 개편안보다 독립성을 한층 강화했다. 당시 TF는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준독립기구로 만드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감독의 중심에 두겠다”며 개편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현재 금감원장이 임명하는 금소처장을 앞으로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인사·예산을 별도로 운영하는 내용은 이전 개편안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소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제재권을 부여한 것은 상당히 진일보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제재권의 강도나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놓으면 지도·감독 부처인 금융위에 힘이 쏠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법률 제정 시 금소원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지주 회사 임원은 “금소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융위·금감원에 이어 금소원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역할 배분을 확실히 해 금융회사가 예측 가능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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