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단, 현장 15분 훑고 "이상무" … 서울시, 전화로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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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1명 사망, 6명 실종의 참사로 이어진 노량진 배수관로 수몰 사고는 민(民)·관(官)의 판단 잘못이 빚어낸 인재였다. 서울시는 쏟아지는 장맛비에 안일하게 대처했다. 시공을 책임진 건설회사는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못했다. 여기에 한강 수위의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피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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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시와 시공사·감리단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이하 사업본부)는 오전 9시부터 30분 동안 서대문구 합동 본부 건물에서 시설과장 주재로 공사장 안전관리 점검 회의를 열었다. 오전 10시엔 사업본부 직원 이모씨가 노량진 배수관로 공사장 감리단에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감리단 책임자에게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천호건설 현장소장 박종휘·감리단장 이명근씨 등 4명이 직선거리로 1.4km 떨어진 도달기지 작업장 점검을 마친 건 오전 10시 10분. 5분 뒤 감리단장 이씨는 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어 “이상 없음”이라고 보고했다. 15분 만에 이뤄진 겉핥기식 안전 점검이었다. 이에 따라 현장 확인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안전 점검을 끝낸 것을 두고 서울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전까지 공사 중단 등 서울시의 안전 조치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무리한 작업 지시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월 시작된 공사의 공기는 올해 12월 말까지였다. 사고 당일 공정률은 74%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고 터널 굴착 공사를 하청받은 동아지질은 지난달 29일 공사를 마쳤다. 장맛비를 뚫고 철거작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감리단 관계자는 “굴착 장비는 이미 철수했고 장비를 움직이는 레일을 철거해야 다른 현장에 장비를 투입할 수 있었다“며 ”이 때문에 무리하게 철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호건설 박 소장은 16일 현장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팔당댐에서 방류하게 되면 3~4시간 정도 시간 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팔당댐에서 방류한 강물이 한강대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방류량에 따라 다르다. 방류량이 늘수록 도달 시간은 짧아진다. 초당 1000t을 방류할 경우 도착 시간은 7시간 반이지만 방류량이 초당 1만6200t으로 늘면 3.8시간 만에 한강대교에 도착한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팔당댐 방류량은 초당 6970t이었으나 사고가 발생한 오후 5시에는 초당 1만4346t이었다.

이승호·안효성·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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