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웃기기, 액션보다 힘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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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배우 이병헌(43)이 할리우드 이력서에 또 한 항목을 추가했다.

 액션영화 ‘지. 아이. 조’ 시리즈 1, 2편(2009, 2013)의 냉혈한 킬러 ‘스톰 쉐도우’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그가 새 영화 ‘레드 : 더 레전드’(18일 개봉·딘 페리소트 감독)에선 빈틈 없는 액션은 물론 브루스 윌리스와 주고 받는 코미디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는 은퇴한 특수요원들이 다시 뭉쳐 활약하는 액션 코미디 ‘레드’(2010)의 속편이다. 이병헌은 세계적 살인청부업자 ‘한’으로 등장해 브루스 윌리스를 쫓는다.

브루스 윌리스 “달인” 칭찬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레드 : 더 레전드’에 출연한 이병헌. 그는 “할리우드에서 나는 지금까지 액션 배우?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 이번에도 킬러 역할인데.

 “‘스톰 쉐도우’는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니란 성격이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연기하기 쉬운 전형적 역할이다. 반면 ‘한’은 스스로는 굉장히 진지한데,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웃게 만들어야 한다. 영어 대사를 하며 웃겨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재미이자 숙제였다.”

 -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앤서니 홉킨스·헬렌 미렌·존 말코비치·브루스 윌리스 같은 배우들과 한 장면에서 같이 연기했단 게 믿기지 않는다. 신인 시절 내 얼굴을 TV에서 처음 봤을 때 같았다.”

 - 이병헌의 매력을 할리우드에선 아직 충분히 모르는 것 같다.

 “지금까진 날 액션 배우라고들 생각한다.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브루스 윌리스가 ‘이병헌의 액션을 보고 많이 배웠다. 훌륭한 액션 배우이자 달인(마스터)’이라고 나를 치켜 세워주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액션, 멜로, 스릴러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드는데.”

 - 할리우드 현지 관계자들에게 스스로의 장점을 어떻게 전하나.

 “미국에선 ‘아유 , 제가 뭘요, 잘 못해요’ 하면 진짜 못하는 줄 안다. 액션만 아니라 뭐든 다 잘할 수 있단 걸 강조한다. 특히 한국에선 날 액션스타라 부르지 않는다는 얘기를 꼭 한다. 액션스타라서 발차기를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한국 남자 배우들은 뭐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 할리우드 진출을 후회한 적 있나.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에선 100%를 다 보여줄 수 있는데 뭐 하러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연기하며 부족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하지만 배우는 결국 보여지는 직업 아닌가. 내 연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

 - 자신감 없으면 못 내릴 결정인데.

 “자신감보다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다. 이번에도 첫 촬영 날 여러 배우들이 다 현장에 있다고 해서 엄청 떨었다. 영화에서 난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킬러인데. 속으로 ‘난 아주 무섭고 위험한 킬러’라고 되뇌었다. 분장실에서 홉킨스가 내 등을 두드리며 농담을 걸어 금방 긴장이 풀렸다.”

“난 무서운 킬러” 주문 외워

 - 관객 입장에선 새로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할리우드 진출이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스킨 스쿠버를 처음 배웠을 때, 물 속에 이런 넓은 세계가 있다는 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할리우드 진출도 그런 마음이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잘해왔으니 할리우드에서도 뭔가 분명한 계획이 있을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 그런 거 없다. 나를 지켜보는 분들처럼, 나도 앞으로 내가 할리우드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글=장성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강성률 영화평론가) : 액션과 코미디의 결합, 할리우드 명배우들과 이병헌의 조우, 세계 대도시 로케이션. 분명 종합선물세트인데 파괴력은 약하다.

★★☆(이은선 기자) : 신명 나게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의 전형. 이병헌의 눈부신 활약은 누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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