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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복병 「스카이·재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몇년 전만 해도 가끔 있던 여객기의 공중 납치 사건이 최근에 들어선 아주 잦아졌다. 영국의 어떤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평균 5일에 1건 정도의 비행기 납치 음모가 꾸며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9일 「로마」에서 「텔아비브」로 가던 미 TWA사 소속 「보잉」 707 여객기가 「아랍」 특공대에 의해 납치「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로 끌려간 사건은 여러 가지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랍인들도 한몫>
승객 1백1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던 이 비행기는 미모의 여성이 지휘하는 「아랍」 특공대에 의해 납치되었었다.

<쿠바선 모르는 척>
다행히 납치 3일만인 지난달 31일 대부분의 승객은 풀려 나왔으나 조종사 및 6명의 「이스라엘」인을 비롯한 11명은 아직 「시리아」에 억류되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비행기 납치로 한몫 단단히 보고 있는 원흉은 「쿠바」다. 「쿠바」인들은 미국 남부 지방을 비행하는 여객기를 밥먹듯이 납치, 미국 정부와 항공사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61년이래 지금까지 무려 70여대의 각종 비행기가 「쿠바」의 「호세·마르티」 공항까지 강제로 끌려갔다가 되돌아왔다.
그동안 「쿠바」 정부는 비행기 착륙료, 여객들의 숙박료, 기름 값 등을 톡톡히 받아내는 것이다.
이쯤 되니 이제 미국 남부를 운항하는 여객기 조종사들은 아예 「호세·마르티」 공항의 지도를 가지고 다닐뿐더러 납치범들과 의사 소통 위해 「스페인」어의 특별 강습을 받을 정도까지 됐다.
화가치민 미국 정부는 「카스트로」 정권에 대해 범인의 인도를 요구했으나 「카스트로」는 들은 척도 안하고 오히려 더욱더 돈벌 궁리만 하고 있다.

<갖가지 대책 강구>
「헬싱키」에 본부를 둔 국제 여객기 조종사 협회 (IFALPA)도 이번 TWA기 납치 사건에 자극을 받아 「파리」에서 총회를 개최할 것을 결정하는 등 그 대책을 짜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제까지 나온 대책으로는 조종사석의 완전 분리, 휴대품 검사의 철저, 무장 경비원 동승 등의 안이 나왔으나 어느 하나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범인의 처벌이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대 이한기 교수는 『현재로서는 여객기 공중 납치 행위를 제재하는 뚜렷한 국제법 조문이 없기 때문에 해상에서 일어나는「해적 행위」로 유추 적용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제 협정도 없어>
국제 사법 재판소는 국가 대 국가간의 분쟁만을 다루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또 범인이 소속돼 있는 국가가 그 행위에 대해 아는바 없다고 부인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재권이 없는 「유엔」에 호소해봤자 실효성이 없으며, 다행히 범인이 타국을 돌아다닐 경우 「인터폴」 등의 협조를 얻어 범인을 체포, 그 나라 법에 의해 처벌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따라서 명확한 국제법이나 국제 협정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상대국과 타협해서 범법자를 인도 받아 이를 처벌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김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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