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개편 세대결 막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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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나라들과 반대하는 국가들이 본격적인 세 대결을 시작했다.

종신 상임이사국 후보로 정해진 일본.독일.브라질.인도 등 4개국(G4)은 두 개의 안보리 개편안 중 '종신 상임이사국 6개와 비상임 이사국 3개를 늘리는' A안을 절대 지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탈리아.캐나다 등 10개국은 A안을 결사적으로 막겠다는 각오다.

10개국은 대신 '4년 임기의 선출직 이사국 8개와 비상임 이사국 1개를 증설하는' B안에 대체로 동조한다. 이들은 "선거로 뽑는 이사국을 늘려야 여러 회원국에 고루 기회가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0개국은 당초 '커피나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하자'며 의기투합했기 때문에 '커피 클럽'으로 불린다.

?일본이 주축인 G4=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호텔에서 유엔 회원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상임이사국 진출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모임에는 아프리카.아랍권.카리브해.유럽 등 약 100개국 외교관이 참석했다. 4개국은 가난하지만 숫자는 많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끌어들여 유엔총회의 표 대결에서 이긴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G4를 이끄는 일본은 3단계 작전을 마련했다. 우선 6월 나라 이름은 명시하지 않은 채 상임이사국 숫자(6)와 지역별 배분(아시아.아프리카 각 2개, 미주.유럽 각 1개)만 정한 결의안을 총회에 제출해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2단계로 몇 달 뒤 총회의 비밀투표를 통해 신규 이사국을 선정하고, 3단계로 유엔헌장 개정 결의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외교관들은 일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몫의 상임이사국 2개를 정하는 문제가 매우 복잡하고, 미국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는 못마땅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일본에 반대하는 것도 큰 변수다.

?커피클럽=한국 등 10개국은 "상임이사국 확대가 유엔의 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주도 아래 11일 뉴욕 시내 루스벨트 호텔에서 행사를 한다.

각국의 외교관을 초청해 A안 반대 논리를 설명하고, 동조 세력을 규합해 나가기 위한 첫 대규모 회의다. 이날 회의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대사와 미국 대사관의 고위 간부 등 70여개국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일본 등 4개국이 지난달 31일 회의를 연 것은 커피클럽이 11일 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선수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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