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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법안 그 내용과 문제점|엄격히 제한된 찬반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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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안」이 공화당에 의해 전격적으로 발의되었다.
국민투표법 제정은 개헌에 앞서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헌을 놓고 극한적으로 맞서 있는 여야는 국민투표법 심의에서 서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점은 공화당에서도 깊이 고려되었고, 그래서 이 법안의 제정을 개헌안과 동시 처리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또 하나의 격동」을 예상하면서 이 법안의 처리를 앞당기기로 한데는 그럴만한 전략 판단이 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풀이가 유력하다.
국회에 제안된 「국민투표법안」은 대체로 현행 선거법의 체제에 맞추어 국민투표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규정했으며 특히 국민투표에 관한 찬반 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신민당은 공화당의 전격 제안을 비난하고 있는데 그 심의에서도 찬반 동원 제한에 반대하여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법안 내용에 흠잡을 것이 없어도 개정 그 자체에 대한 반대 때문에 국민투표법의 제정을 저지한다는 게 당초 방침이었긴 하지만.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
헌법개정안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운동, 즉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옥외 집회에 의한 운동은 이법이 규정한 연설회 이외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연설회를 개최할 수 있는 주체도 정당과 개헌에 관한 찬성 또는 반대 운동을 할 목적으로 헌법 개정안 공고일로부터 7일 안에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단체만이 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현재 구성되어 움직이고 있는「개헌 반대 범국민 투쟁」도 이 법이 통과하여 공포되면 그로부터 7일 이내에 등록을 해야만 하며 다른 군소 단체도 그러하다.
연설회를 열려면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구분하여 개최 24시간전까지 개헌구선관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고 연설회를 알리는 벽보도 한번에 50장 이상 붙일 수 없다. 연설회는 개표구에서 찬성각 2회, 군에는 읍·면수 만큼으로 횟수가 제한되어 있는데 개표구가 여러개 있는 대도시나 군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수원과 같은 소도시에선 옥외 집회를 각기 두 번 밖에 못 갖기 때문에 그것도 군소 단체가 미리해 버리면 큰 정당에선 연설회를 못 갖는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
특히 염격한 제한을 받는 것은 개헌 찬반에 대한 선전활동-. 선전 벽보를 붙이거나 현수막·입간판·창고탑·광고판이나 기타 시설 및 사람의 착용물을 게시 또는 착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37조).
이에 의하면 얼마전에 신민당에서「개헌 결사 반대」라고 인쇄된「러닝샤쓰」·부채 등을 만들어 나누어 준 것 같은 일도 위법 행위가 되는 것이다.
특히 신문·잡지 등의 간행물을 통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때에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에 대해 공평을 기하도록 했기 때문에 신문의 편파적인 제작도 법을 어기는 결과가 된다(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에 훈시 규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만 공화·신민 두 당의 기관지인 민주공화보나 민주전선이 자당의 입장에 따라 제작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목된다.
또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을 위해 대오를 조직하고 가로를 행진하거나 연호 행위를 할 수 없다』(44조)는 규정을 선거법에서 그대로 따다 놓았는데 이것은 바로 개헌에 대한 찬반 데모를 금지할 뿐 아니라 국민투표 기간 중의 일반적인 정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투표법은 또 선거법의「후보자 비비금지」규정을 「특정인 비방금지」로 바꾸어 놓았는데 이론상 특정인이 관계될 수 없는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이 금지 조항을 두어 처벌케 한 것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투표·개표 기타
국민투표일은 대통령이 늦어도 7일전에 공고하도록 되어있고 일반적인 국민투표 사무는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가 관리한다. 투표인 명부는 선관위의 감독 하에 구·시·읍·면장이 작성하고 부재자에 대해서는 부재자 투표제를 인정하는 등 투·개표 절차나 그에 필요한 규정은 모두 현행 선거법대로 체제를 잡았다.
투표지에는 찬반 두 난을 두고 투표인은 그 가운데 한곳에다 ○의 표를 해서 선택의 의사를 표한다.
투·개표의 참관은 여당과 제1야당만이 할 수 있는데 투표 때는 각 투표소별로 4명의 참관인을 선정, 2명씩 교대로 참관하고 개표의 경우는 8명을 개표구마다 선정하여 4명씩 교대하여 참관한다.
◇소송·벌칙
국민투표에 대한 소송은 투표인 10만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앙선관위장을 상대로 투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낸다.
대법원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 판결이 있으면 30일 또는 20일 이내에 재투표를 행하도록 되어있다.
벌칙은 현행 선거법상의 벌칙을 그대로 적용했는데「매수 및 이해유도죄」「투표의 자유방해죄」「투표의비밀침해죄」「투표·개표의 간섭죄」「허위사실 공표죄」등 죄목이나 형량에 있어 거의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윤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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