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박정희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 인연"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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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4일 세종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 촉구 충청권 당원보고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경민 최고위원, 김 대표, 양승조 최고위원, 이해찬 상임고문. [뉴시스]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11일)으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주말을 지나며 정상 가동되는 듯하다가 다시 경색될 조짐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유감 표명과 홍익표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 를 새누리당이 수용하면서 벼랑 끝으로 가던 정치권이 14일 극적으로 이성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다시 ‘위험 수위’의 발언을 했다.

 그는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고 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을 ‘당신’이라 부르며 “이제 국정원과 정말로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 만들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고 했다. “자꾸 미워하고 거짓말하면 당선 무효까지 주장하는 세력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서 다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새누리당은 흥분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안철수 의원한테 밀리고, 새누리당에 밀리고 하다 보니 점점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며 “자기들이 대선을 국정원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했다. 윤상현 원내수석 부대표는 "친노의 부활을 꿈꾸는 고의적이자 계산된 발언이며 의도적 싸움걸기”라고 말했다.

 초선 박대출 의원도 “원래 그동네 사람들 막말은 뭐 고질병이지만 묵과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닌 것 같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당초 청와대는 ‘귀태 논란’에 따른 홍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 등에 대해 연이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저녁 늦게 이해찬 고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황당해하는 표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야당이 당론으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당 대표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고문의 돌출 발언뿐 아니라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이하 댓글 국조)에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거취 문제도 여야 간 장벽으로 놓여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에 관계된 김현·진선미 의원은 특위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여름 정치를 시원하게 하려면 여야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얘기해야 하고 싸움과 다툼이 아닌 타협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민주당의 두 특위 위원이 제척되면 곧바로 기관보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 국조는 금은보화 같은 옥동자로 옥동자가 사산(死産)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조 시한(7월 2일~8월 15일)에서 벌써 12일을 허비한 데 대한 다급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사퇴 불가로 버티고 있어 국정조사는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귀태’ 발언으로 중단됐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관련 자료 열람은 15일 재개될 예정이지만 역시 여야 간 충돌 지점으로 꼽힌다.

 여야 10명의 열람 위원은 첫 일정으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NLL(북방한계선)’ 등 7개 키워드로 발췌된 자료 중 실제 열람할 것들을 선별한다. 목록 열람을 하루 앞둔 14일 친노계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지도의 사본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남북이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뒤이어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이런 방침을 한결같이 지켰다”며 NLL 포기가 아니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친박계인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작전 따로, 게임 따로, 코치 따로, 선수 따로인 따로따로 엇박자 회담”이라고 비난했다.

권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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