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성공단 해결 책임 북한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것도 북한이고 이를 해결할 책임도 북한에 있다”고 말했다. 14일 공개된 프랑스 정치시사 전문지 ‘폴리틱 앵테나쇼날’과의 인터뷰에서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적당히 타협해 정상화시켰다가 일방적 약속 파기로 또 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달 9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9일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 천해성 수석대표와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간 판문점 실무접촉이 있었던 날이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다 협상이 막 재개됐던 시점이라 여론이 대화 무드 속에 있을 때였지만 박 대통령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다’는 대응기조를 세워놓고 있었음이 인터뷰를 통해 확인됐다.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은 이후 협상에서 회담 대표의 격(格)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적당히 타협해서 보상을 해주는 나쁜 관행을 반복해 왔다”며 “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된 자세를 보여준다면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추진해서 보다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도 있다”고 소개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사회의 룰과 원칙이 통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15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선 3차 실무회담이 열린다. 우리 측 수석대표론 새로 임명된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나선다. 북측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그대로 단장으로 나올 예정이다. 앞서 두 차례의 실무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이번 회담은 본협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가름할 협상의 고빗길인 셈이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지난 11일 통일부에 비공개로 전달한 통지문 전문을 1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된 통지문은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한 회담을 제의했으나 통일부가 이산가족 상봉만 수용하면서 기싸움을 벌일 당시 보낸 것이다. 남북 간 통지문은 핵심 내용만을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게 관례로, 전체 문건을 드러낸 건 이례적이다. 북한이 공개한 통지문의 한 부분이다.

 “우리의 제의는 개성공업지구 문제 정상화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회담과 함께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는 일념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측의 의견을 고려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두 회담 다 미루자는 것입니다.”

 과거 ‘~하였다’ 등으로 말을 맺으며 고압적인 표현을 쓰다가 ‘~습니다’ ‘~입니다’ 등의 존대말로 바꾼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북남 관계에서 어떠한 전진도 있을 수 없습니다”라거나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전반적 북남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통지문엔 “7·4 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공업지구 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데 대한 우리의 입장은 시종일관합니다”라는 대목도 담겼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6·15 공동선언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7·4 공동성명을 먼저 거론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쓴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뢰는 어느 일방의 기준을 지킬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북남 대화를 정략적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하면서 신뢰를 운운하는 것은 위선입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비판했다. “지금처럼 상대방의 선의를 우롱하면서 오만무례한 언동을 계속한다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으며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한 쓴맛을 보게 될 것이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말도 집어넣었다.

 ◆“메르켈, 시진핑, 오바마 신뢰”=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해외 인사 중 가장 가까운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분을 꼽는다면 여성으로서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라며 “같은 이공계 출신 여성 정치인이고 2000년 내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2005년에 만난 이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고 최근에 만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신뢰감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영종 기자

관련기사
▶ 박 대통령 "4대강, 무리하게 혈세 들어간 부분 과감히 정리"
▶ 박 대통령에게 가까운 해외 인사 누군지 물으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