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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국정조사에서의 새로운 막말 … 정쟁 국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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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13일 오후 5시35분부터 열린,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의 절반가량은 공공의료가 아닌 또 다른 막말 논란에 허비됐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정지됐던 국회는 이날 오후 여야 합의로 재개되긴 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회의 도중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독단적 판단이 마치 히틀러가 나치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대인을 집단학살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어났다. 당장 새누리당은 반발했고, 귀태 발언으로 당 대표가 사실상 사과한 민주당은 이번엔 물러서지 않았다. 귀태 논란을 피해 열린 국정조사가 새로운 막말 시비로 인해 좌초 직전까지 간 셈이다.

 결국 김 의원이 유감 표시를 해서 회의가 재개됐지만, 밤 10시를 넘긴 상황이었다. 마감(자정) 15분 전 여야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홍 지사에게 ‘국회 모욕죄’를 적용하겠다고 별렀던 특위는 ‘불출석’에 대해서만 검찰에 고발했다. 여야가 채택한 증인 8명 중 출석한 증인은 0명. 공무원에 대한 고발도 논의됐지만 부결됐다. 그럼에도 야당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4일 “진주의료원을 정치적 야욕의 도구로 삼은 홍 지사의 만행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었던 점이 성과”라며 흡족해했다.

 1987년 국회의 독립적 조사권을 강화하기 위해 부활된 국정조사는 지금까지 22차례가 열렸다. 국정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채택된 건 이번을 포함해 여덟 번뿐이다. 그나마 국정조사가 끝날 때마다 ‘수박 겉핥기’ ‘국조 무용론’ 등의 수식을 달고 다녔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국조는 “입증된 의혹이 하나도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걸핏하면 국정조사를 하자고 난리다. 6월 국회만 봐도, 국정원·공공의료 국정조사가 있다. 이외에도 라오스 강제추방 탈북 청소년, 원전 부품 비리, 쌍용차, 역외탈세, 남북 정상회담(2007년)에 대해 국정조사를 할 건지 말 건지를 놓고 충돌했다.

 여야는 상대방이 국정조사를 주장할 때마다 이렇게 받아친다. “모든 일이 터질 때마다 국정조사를 하자는 건 정치품격이나 국민신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국정조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새누리당 이한구 전 원내대표).”

 겨우 일정에 합의해 국정조사를 시작해도 이번 공공의료 국조특위의 마지막 날과 같은 방식과 이유로, 늘 허비돼 왔다. 진실과 팩트를 찾아나가려 하기보단 자기가 속한 진영의 이익만 앞세웠던 탓이다. ‘정쟁 국조’ 유감(遺憾)이다.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