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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볼레의 발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1호 04면

7일 저녁 예술의전당 로비는 북새통이었습니다. 이날 유니버설 발레단의 ‘오네긴’을 보러 온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을 겝니다. 로베르토 볼레는 과연 어떻게 출 것인가-.

오페라글라스를 준비해 가라는 장인주 무용평론가의 말은 옳았습니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 1m90㎝의 큰 키에 조각 같은 외모라는 수식어는 호쾌한 몸짓과 섬세한 감정 연기에 오히려 밀렸습니다. 그가 처음 타티아나(서희)를 머리 위로 훌쩍 들어올리는(마치 하늘로 던지는 듯한) 순간엔 정말 숨이 턱 막히더군요. 오페라글라스는 그의 표정을 확인하는 데 요긴했습니다.

“운명이고 행운입니다.” 그는 자신의 발레인생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죠. 운명을 온전한 행운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택한 것은 연습벌레의 길이었습니다. “30년간 매일 6~7시간씩 연습한다”는 그에게 발레는 공기 같은 것이겠지요.

처음 대학생이 되어 연극을 보러 갔을 때, 팸플릿에 적혀 있던 안무 감독의 말이 이상하게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그는 배우들에게 안무를 가르치며 힘들었던 점을 “이렇게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껏 보질 못했다”는 표현으로 대신했죠. 세상엔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공중에 점프해 다리를 일자로 뻗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볼레도 처음부터 그렇게 잘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공중점프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볼레만큼은 하려고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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