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야 할 불국사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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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속보=동경 조동오 특파원>경주시와 자매 결연을 맺게 된 일본 나라시의「가기다」시장은 불국사가 온 국민의 정성으로 복원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불국사의 역사를 기록한 『불국사 고금창기』원본을 한국에 돌려주기로 추진하고 있다.「가기다」시장은 오는 10월경 자매 결연의 기념으로 귀중한 이 옛기록을 중앙일보를 통해 불국사에 기증하기를 바라고 있다. 불국사의 역사와 건물의 구조 및 사건 등 1천2백년간(창사∼이조말)의 내용을 모필로 기록한 이 책은「나라」시 동대사에 유일본으로 수장돼 있다. 한국에는 그것의 활자 사본만이 전하고 있는데 원본은 1932년경 당시의「나라」시장이 서울에서 입수해 동대사에 기증한 것이다.

<시멘트를 써서는 안된다… 이홍직>
경주 불국사 복원 공사가 8월부터 실질적으로 착수됐다. 우선 현상에 대한 실측부터 시작하여 4, 5개월 동안 기초 조사를 실시한다.
불국사의 복원 규모에 대하여 항간에서는 여러가지 얘기가 나들고 있음을 듣는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완전한 계획안이 작성된 것이 없으며 조사위 역시 그 윤곽을 그려보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복원이라고 해서 옛 규모를 다 복원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불국사 사적기인 『고금역대제현계창기』에 의하면 2백50여년간의 굉장한 규모의 건물이다. 지금은 숲진 뒷산에 여러 누각이 있었고 요사가 있는 그 일대에까지 전각 등이 뻐쳐 수십채에 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불국사의 중심부는 현존 대웅전 일대이며 그 밖의 것은 부속 건물일 따름이다. 즉 복원 공사는 중심부에 한하여 ①현존 대웅전을 둘러싼 행랑과 뒤쪽 무설전·관음전·비로전 ②현존 극락전에 딸렸을 회랑 ③현재의 마당에 해당하는 연지 등 3부분으로 생각해고 있다.
여기에는 옛날의 주춧돌이 일부분이나마 제 위치에 남아있어 대체의 어림짐작이 가능한 지역이다. 가람 배치의 기본형만을 복원하겠다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그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옛기록과 절터에는 뚜렷이 보이는데 현존 건물이 그대로 배치돼있는 예가 전무한 것이다. 다행히도 불국사 대웅전 앞 뒤뜰의 초석은 신라 성기의 기본 구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복원이 훨씬 용이하다. 우리나라 문화를 그대로 수입해다 이룩한 일본「나라」의 동대사 현존 건물 배치와 같은 구조이다.
대웅전 앞뜰에 2기의 탑을 세우고 사방에 답을 치듯 회랑을 둘렸다. 그리고 중문 양쪽에 범영루와 또 다른 루가 있었을 것이요, 뒤쪽 무설전의 양귀에는 좌우 경루가 있어 이들 7동의 건물이 행랑으로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불국사 복원에는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회랑의 간수는 대개 알지만 건물의 높이나 뒤쪽 경루의 구조 그리고 매몰된 부분의 발굴 극락전의 행랑에 대해서는 전혀 기록이 없고 뒤쪽에 있었다는 십왕전·계로전은 주춧돌조차 없다.
더구나 연지 문제는 대대적인 발굴을 하지 않고는 아무런 가상도 용납지 않는다. 「고금창기」에도 이렇다 할 기록이 없는데 현존 축대의 구조와 범영루 등의 명칭이 그 가능성을 암시한다.
정부에서는 불국사 복원 공사를 금년 안에 착공 내년에 완성하기를 바라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서두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초 조사가 의외로 확대될지 모른다.
이 사업은 광화문과 같은「재건」이 아니며 어디까지나「복원」위주로 행해야하며 그렇지 못할 때 아예 다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된다. 또 일부에선「시멘트」로 신축하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지만 결코 될 얘기가 아니다. 직접 참여하거나 뒷받침하는 이들이 다함께 신중을 기해 이에 임해야 할 것이다.【문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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