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묘의축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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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당국은 8월한달을「해외동포 친절봉사의달」로 정했다. 경찰은 곳곳에 안내소를 설치하고, 그들의 뒷바라지를 깍듯이 해주리라고 한다. 구두선이 아니길 바란다.
몇가지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멜버른·올림픽」때 한 관광객이 그 곳 공항에 짐꾸러미를 깜박놓고 나왔다. 이 사실을 안 것은 한나절이 지나서였다. 그는 허겁지겁 공항「로비」로 달려갔다. 뜻밖에도 그 짐은 놓아둔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뜻밖인 것은 그곳 시민이 아니라 이쪽의 마음이었다.
모국을 방문한 교포가 서울에서「택시」를 탔다. 젊은 운전사는 그 교포에게 연신 영어로 묻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모국어에 서투른 교포에게 외국어 실습이라도하는기분이더라고한다. 길눈이 어두워 이집저집을 찾아야할 형편이었다. 짐을「택시」에 둔채로 잠시내려 주소를 확인하는 사이에 그「택시」는 종적을 감추고 말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짐을 찾으면 곧 연락을 해주마고 선선히 대답했다. 그가 잠시 모국에 머무르는동안경찰서에선 전화한 번 걸어주는 일이 없었다. 이것은 어느 노교포의 서울 방문담.
한 재일교포의 이런 이야기도 있다. 노상에서 행인에게 길을 묻으면 대부부 불투명스럽게 가르쳐준다. 어떤 이는턱으로 방향을 대는가하면 어떤사람은 시선을 엉뚱한데두고 귀 뒷등으로 말을건네더라고 한다. 정작 일본어로 길을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이 지나칠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정반대의 모습인 것이다.이것은 외국인에 대한 친절감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국의 모습은 언제나 새롭고 싱싱한 것일수록 감격도 크게 마련이다. 외국에만 나가면 태극기자락을 얼핏보아도가슴이 찡해지는 것은 누구나의 느낌이다. 하물며 교포가 조국을 찾았을때의 그 마음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조국의 전부를 보여줄 수는없을망정, 인정의 따스함에까지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실로 염묘의축배이며 귀한 선물이기도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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