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팀 6·15 참사에 격노…'축구공정' 직접 나선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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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축구가 강도 높은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최근 한 달 사이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국가대표 감독이 해임되고 일부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됐다. 그뿐만 아니라 대표팀 운영 등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수술이 단행될 예정이다.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축구전문지 ‘주추(足球)’는 중국 축구협회를 국가체육총국에서 분리시켜 독립시키는 ‘축구공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축구공정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계기는 ‘6·15 참사’다. 중국 축구팀은 지난 6월15일 홈그라운드인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에서 열린 태국 국가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1대5로 참패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 주석이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경기 결과를 용인할 수 없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원인을 파악하라”고 체육총국에 지시했다. 불똥은 대표팀 감독에게도 튀었다. 축구협회는 계약기간이 1년6개월 남은 카마초 감독에게 위약금 645만 유로(약 95억원)를 지급하고 해임했다. 협회는 참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중국의 축구 전문지인 ‘주추신원(足球新聞)’은 “오로지 축구 실력 향상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협회 조직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이번 축구 공정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국가대표팀에 관한 모든 권한을 기존의 체육총국에서 독립된 축구협회로 이관하는 이유다. 협회 내 각종 기구는 과감히 통폐합된다. 협회 내 기존 7개 부서를 외사부, 판공실, 정책법규부 3개 부서로 단순화하고, 기술·국가대표팀관리 등 10개 기술 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중국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중국 축구에 최대의 호재”라며 “1대5 수업료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직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문제가 크다’고 분석한다. 팀보다는 자신의 몸값을 먼저 생각하고, 어느 정도 몸값을 올리면 고된 훈련을 피하는 등의 개인주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1년5개월가량 중국 허난(河南)팀을 이끌었던 강원FC 김학범 감독은 “중국에는 학교 축구팀이 없어 축구 인구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얇은 선수층과 함께 ‘한번 주전은 영원한 주전’으로 생각하는 프로 선수들의 안일한 정신력을 중국 축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의 ‘격노’로 중국 축구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얘기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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