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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조한승·최철한, 둘만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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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몽백합배 전야제 때 대진 추첨에 나선 이세돌 9단과 대만의 헤이자자 6단. 이세돌은 우승 후보로서, 헤이자자는 최고 미녀 기사로서 관심이 집중됐다.

제1회 몽백합(夢百合)배 세계바둑선수권이 9~11일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열렸다. 몽백합배는 중국이 지난해 바이링배를 창설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만들어낸 메이저급 세계대회로 우승상금이 180만 위안(약 3억2000만원)이고 64강부터 상금을 받는다.

 예상대로 몽백합배는 중국의 독무대가 됐다. 64강전에 18명이 출전한 한국은 32강전에 이세돌, 조한승, 최철한, 나현, 주형욱, 오장욱(A) 등 6명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 중 조한승과 최철한, 오장욱은 여자 기사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대중국전 승자는 창하오를 꺾은 이세돌, 스웨를 꺾은 나현 두 명뿐이었다(주형욱은 대만의 저우쥔쉰을 이겼다).

 추첨식을 겸한 전야제 때 중국의 창하오 9단은 “이번 대회가 중국 ‘90후’들의 극강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예언이 적중했다. 이창호는 레이젠쿤(19)이란 이름도 처음 듣는 초단에게 졌고, 강동윤은 미위팅(17), 김승재는 퉁멍청(17)이란 소년 기사에게 졌다. 김지석은 구리에게, 최근 이세돌을 제치고 한국랭킹 1위로 올라선 박정환은 한물 간 것으로 알려진 펑취안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마추어인 최현재와 이창석은 중국의 쿵제와 쿵웬위를 상대로 놀라운 선전을 펼쳤으나 똑같이 반 집 차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 같은 대패의 분위기 속에서 위안이라면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세돌 9단이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바둑의 미래 나현(18) 3단이 세계 랭킹 1위 스웨를 격파했다는 점이었다. 하나 중국의 기세는 11일의 32강전에서 더욱 거세졌다. 마지막 보루라 할 이세돌은 미위팅 4단에게 무너졌고, 나현도 구리 9단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가슴 아픈 패배였다. 주형욱도 후웨펑이란 무명기사에게 졌다. 최철한 9단은 아마추어 오장욱을 누르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에 조한승 9단이 중국의 추쥔 9단을 격파했다. 조한승은 32강전에서 중국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한국 기사였다.

 이번 몽백합배의 대패는 지난달 16강전에서 전멸을 당했던 LG배의 참패에 비견된다. 그러나 이번엔 LG배 때와 달리 중국의 우위를 기정사실로 인정한 탓인지 충격은 적었다. 대신 위기감은 훨씬 고조되고 있다. 다음 달 9~11일 상하이에서 속개될 16강전엔 한국 2명, 중국 13명, 일본 1명이 올라갔다. 조한승은 왕레이 8단, 최철한은 렌샤오 4단과 만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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