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 동지회, 개헌에 함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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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헌은 국회에서 처리되어야지요. 그리고 찬반 토론은 정정당당히 정면으로 해야합니다.』
5차 개헌만 빼고 네번의 계급 때마다 정치의 고지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던 곽상훈 옹은 『개헌의 찬반을 막론하고 무슨 외곽 단체를 시켜 여론을 만드는 것은 2차 개헌 때의 우의마의와 다를게 없다』면서『비겁한 짓』이라고 했다.
5·16이후 정계에서 물러나 한적한 우이동 집에서 중국 고전 읽기와 손자들의 뒷바라지를 하는게 생활의 전부라는 곽 옹은 개헌사의 발자취는 회상하기조차 싫다면서 지금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정계 선배의 입장에서 적당한 때에 찬반에 대한 소신을 밝혀야 할 사명감 같은걸 느끼고 있다』고.
한편 제헌절을 맞아 「바른 국기 보급회」는 생존해 있는 94명의 제헌 의원에게 태극기를 기념품으로 서사했다.
제헌 동지회에서는 최근의 개헌 문제에 어떤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으나 『공화당의 윤치영 당의장서리나 신민당의 이재형·조한백 부총재가 모두 회원이어서 동지회로서는 일절 논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그래서 제헌 동지 회장 이인씨는 기념사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국민과 정부는 가장 진지하고도 엄숙한 태도로 문제를 신중히 다퉈 만일의 유감이 없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민당과 정정법 만기 해금 인사들이 주동된 3선 개헌 반대 범국민 투위는 백낙준·이범석·이인씨 등 재야 원로들을 참여시키지 못한 채 17일 서울 대성「빌딩」에서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2백29명의 발기인 중에는 장택상·이재학·이희승·함석헌씨와 시인 한하운씨 등이 포함되기는 했으나 대부분이 정당인 이거나 구정치인.
축하 화분하나 없이 조촐하게 진행된 대회에서 김재준 준비 위원장은 『범 국민의 성격을 명백히 하기 위해 발기인에 각계를 망라시켰을 뿐 아니라, 청년과 중년·노년층을 모두 참여시켰다』고.
한편 투위는 당초 함석헌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하려했으나 본인의 고사로 김재준 준비 위원장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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