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과 「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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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직업에나 연장은 반드시있다. 도둑은 예부터 7도구라하여 「트라이버」, 사다리, 회중전등, 칼등 여러가지를 갖추고있어야 했지만, 문인의 연장은 만년필하나면 된다. 「카메라」없는 「카메라맨」은 생각도 할수 없다. 그런가하면 연장도 시대를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제는 신문기자에게 있어서는 만년필이 아니라 「볼·펜」이 절대불가결의 것이 되었다. 경관의 연장도 예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러나 별다른 연장없이도 돈을 거둬들일수 있는 직업도 많다. 이들에게는 연장이 아니마 「포즈」가 필요하다.
가령 공무원인 경우에는 청빈을 내세우는게 필요할때가있다. 이때에는 청빈이 다시 없는 연장이 된다. 아무리 축재한게 많더라도 셋방살이를 하거나 검소한 단벌신사연하고 처신하면 아무도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애써 풍족한체 위장하는게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뇌물이오가기 쉬운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무리를 해서라도 호사스런 옷차림을 하고 고급팔목시계를 차고 다니는게 그한 예다.
그처럼 아쉬워보이지 않는 사람을 매수한다는 것은 퍽 어려울거라고 여기거나, 그런 사람에게는 훨씬 값진 뇌물을 바쳐야 할거라고 지레 짐작하게된다. 이런 때의「포즈」는 그러니까 다시 없이 강력한 연장이 될수있는 것이다.
다만 「포즈」가 연장이 될수있다든지 또는 적어도 「포즈」를 취할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
거년에「프랑스」의 어느 지방에서 중소기업자와 상점주인들이 세무서를 습격하고, 징세관계서류 4t을 탈취한적이 있다. 이리하여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대와 「데모」대 사이에 시가전이 벌어져 일종의 세금 「쿠데타」가 일어난 적이 있다.
세금이 과중하다면서도 그런 「데모」가 일어나지 않는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울상은 어쩌면 하나의 「포즈」에 가까운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포즈」마저 취할수 없는것이 갑종근로소득세를 꼬박꼬박 바치고있는 「샐러리맨」들이다. 국세청에서는 70년도의 내국세가능액을 2천4백억원으로 추정하였다. 그만한 자신이 있어서이겠지만 아무래도 「포즈」를 취할만한 여유도없는 사람들만이 제일 골탕먹을 것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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