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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B "충돌 34초 전 이상징후 … 3초 전 엔진 출력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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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 항공기의 충돌 직전 속도가 103노트(시속 191㎞)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착륙 권장속도인 시속 254㎞보다 시속 60㎞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8일(현지시간) 오전 브리핑에서 “비행기록장치 분석 결과 충돌 3초 전 사고 여객기의 속도는 103노트(시속 191㎞)로 비행 중 최저 속도”라고 밝혔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 항공기가 공항에 접근할 때까지만 해도 안정적이었으나 갑자기 속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NTSB에 따르면 충돌 전 34초가 사고기의 운명을 갈랐다.

 사고 여객기는 충돌 82초 전 1600피트(약 488m) 상공에서 자동비행장치를 끄고 수동조종으로 전환했다. 9초 후인 충돌 73초 전에는 1400피트(426m) 상공에서 170노트(시속 315㎞)의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했고 충돌 54초 전 1000피트(305m) 상공에서 159노트(시속 294㎞) 속도로 비행하는 등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여객기가 500피트(152m) 상공까지 내려왔던 총돌 전 34초 직후 속도가 급속히 떨어졌다.

 이 시점에서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 적정 접근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를 밑도는 134노트(시속 248㎞)로 비행했고, 16초 전인 200피트(61m) 높이에서는 118노트(시속 218㎞)까지 속도가 급격하게 줄었다.

 이를 깨달은 조종사들이 뒤늦게 속도를 높이려고 했으나 사고기 속도는 위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도가 125피트(38m)까지 떨어지고 속도가 112노트(시속 207㎞)까지 낮아진 충돌 8초 전에는 스로틀이 한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스로틀은 연료와 공기의 혼합 비율을 바꿔 엔진 출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조종사들은 이때 착륙을 포기하고 스로틀을 전방으로 움직여 엔진 출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충돌 4초 전에는 비행기가 추력을 잃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스틱셰이커(조종간 진동) 경보가 울렸고, 3초 전에야 50%에서 움직이지 않던 엔진 출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여객기의 속도가 최저 속도인 103노트(시속 191㎞)였다. 충돌 직전인 1.5초 전 조종사는 기수를 다시 올려 ‘고 어라운드’를 재시도했으나 엔진 출력이 뒤늦게 높아진 결과 기체 꼬리 부분이 활주로 시작점 인근 방파제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사 중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자 50%에 머물고 있던 엔진 출력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충돌 당시 여객기 속도가 106노트(시속 196㎞)로 올라 있었다”고 발표했다.

 NTSB 측은 그러나 조종사 실수로 속단하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항공기 사고는 한 가지 문제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항의 구조나 기체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이정민 기장은 총 33회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력이 있고, 이강국 기장 역시 29회 비행 경험이 있다”며 “조종사들의 실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지상 기자,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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