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우를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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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는 연내에 「아프리카」여러나라에 56명의 의사를 파견하기로 했다한다. 이들은 한달에 5백내지 6백「달러」의 보수를 받고 취업하게 될 것이라하는데, 우리는 한국의 인술을「아프리카」에 심어 국위를 선양하게될 이들의 장도를 축복하고자 한다.
현재만하더라도 「아프리카」제국에는 77명의 우리 의사가 근무하고 있고, 그밖에 월남에 1백여명, 남부에 20여명, 「말레이지아」등 동남아세아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문의시험에 합격한 뒤 미국이나 「캐나다」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로 수습받고있는 수도 부지기수다.
해외로 뻗는 인술에 못지않게 한국간호원들의 해외진출도 눈부시다. 서독에 가 있는 간호원만 하더라도 1천7백39명이나 되며 9월말까지 1천명을 더 파견하게 될것이라 한다.
물론 의사나 간호원들이 국내에서 수습을 받고 외국에서 활동하는데에는 명암양면이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사치하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수 있는 이주자본인들로서는 좋을지 모르나, 많은 교육투자로써 육성한 전문의들이 한국의 무의촌은 돌보지않고, 외국인들의 보건을 보살피는것은 일면 서운하기 짝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본국에 송부해 오는 경우에는, 외화보유량이 증가될 것이므로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의료요원이외의 파월기술자도 69년3월말현재 1만4천8백78명이나 되며, 해외에서 취항하고 있는 선원도 2천여명이나 되고, 서독에 가 있는 광부도 2천5백명이며 내년까지 2천명을 더 파견 할것이라 한다. 선원이나 기술자나 광부의 해외취업은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을 생각해볼 때 환영 하여야만 할 일이다. 인력수출은 이에 그치지 않고 농업기술자·병아리감별사·교수들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해외로 뻗어나가 조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은 국위를 선양하는 일이요, 민간외교관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환영해야만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해외진출을 장려함으로써 인구정책의 적정과 국민경제의 안정을기함과 동시에 국위를 선양하기위한 목적』으로 해외이주법을 62년에 제정하여 해외이주를 장려하고 있으나, 해외이주허가절차가 까다로와 실적은 그다지 많지않은것으로 보인다. 해외이주가 일부 특권층의 해외도피나 부랑자·빈민들의 기민이 되지않기 위하여 정부는 최대한의 감시와 보호를 하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코스모폴리스」속에서 생활하는 오늘의 세계에서한국민에게 해외여행의 자유나 해외이주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행위라고하겠다.
지금까지 정부는 해외이주자격자를 농·상·광·공업자나 노무자 일반기술자에만 한정하 고,의사·교수·고급기술자의 두뇌유출을 막기위하여 해외여행을 제한하고 이주를 금지해 왔을뿐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취업하고있는 사람까지 귀국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현실은 적당한 취업장소의 부족과 연구시설의 부족등으로 그들이 귀국한후 좌절감에빠져 불평·불만만 일삼고 있는 경우도 많았으니, 해외에있는 사람들은 도리어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안주할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그들은 조국의 품이 그리워지고 조국이 번영하여 직장을 얻기 쉽고 환경이 좋아지면 귀국할것으로 보이는바, 정부는 귀국을 강요함으로써 해외교포를 쓸데없이 괴롭히는 일은 삼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로 웅비하는 한국의 의술·학술은 우리의자랑이요, 정부는 이들에 대한 가능한한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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