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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신기루 주택시장’…낙관은 일러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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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기자] #지난달 미국 뉴욕에 사는 지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민 생활 10년 만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한인 밀집지역인 뉴욕 플러싱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어렵사리 집을 마련했다는 그는 "경기는 좋아지고 있다는데 내 집 하나 마련하기는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침체됐던 미국 주택 시장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주택 거래량과 건설사 지출이 늘면서 주택시장 곳곳에 푸른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5월 미국의 집값은 전년도 보다 12.1% 상승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비심리가 다시 활발해져 주택시장이 호조에 국면할 것이란 전망을 했다.

그러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이런 긍정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칼럼을 내놨다. 주택시장 회복의 전제조건이 뭘까를 다룬 것으로 국내 주택시장에도 의미를 주고 있어 소개한다.

타임은 최근 편집장 사설을 통해 미국의 주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인의 자가주택보유율은 10년 전 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사설을 기고한 라나 포루하 타임 편집장은 "이것이 미국 주택시장이 안고 있는 패러독스(역설) 중 하나"라며 "아이러니하게도 회복기에 접어든 주택시장은 스스로 한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 집값 올라도 주택보유율은 하락

실제로 지난해 미국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주택보유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자가주택보유율은 65.4%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황을 고전하던 1997년 1분기 수준과 비슷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같은 결과를 내놨다. S&P의 5월 주택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주택을 소유한 미국인의 비율이 2004년 정점을 찍은 이래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세 소식과 상반된 내용이다.

겉으로 드러난 주택시장 회복세와 달리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자가주택보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미흡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어설픈 미국 부동산 정책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은행에서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저소득층들이 집값이 폭락하고 빚에 내몰리게 되자 미국 정부 발등엔 불이 붙었다.

정부는 대대적인 주택시장 구제를 위해 연방정부 후원채권, 주정부 후원프로그램 등을 승인하며 돌파구 찾기에 몰입했다. 주택담보대출 과실이 들어난 일부 은행들의 담보대출 조정하며 주택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일부 금융업체들은 적극적인 지원이라며 환영했다.

“주택시장 ‘신기루’에 속지 마라"

그러나 이같은 정부 지원은 주택시장이 정부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연방 정부의 지원이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기 보다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쉴러 교수에 따르면 정부 지원이 일부 은행과 담보 대출 피해자에게 기울어져 주택시장에서 실제 수요자와 매매자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 주택시장에는 막대한 자산을 모은 개인 자산가들과 대형 투자회사들이 뛰어들어 건전한 시장 형성에 방해를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투기 목적이 주택시장의 신기루를 만든다는 얘기다.

포루하 타임 편집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현재 보이는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믿지 말라"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튼튼해지지 않고 일자리가 늘지 않고선 본격적인 주택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매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국내 주택시장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의 야심 찬 첫 부동산대책인 4?1대책에도 시장은 잠깐 회복 기미를 보이더니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웬만한 대책으론 시장을 살리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주택시장의 회복도 일자리에 물어봐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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