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리뷰]자이언트 로보와 마리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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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큼 거대로봇이라는 캐릭터가 인기 있는 나라가 있을까? 워너의 ‘아이언 자이언트’라는 예외적인 작품이 최근 미국에도 있으나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거대로봇은 애니메이션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63년의 ‘철인28호’로부터 시작된 거대로봇의 등장은 이후 ‘마징가 Z’와 ‘그렌다이저’, 조금은 그 크기에 있어 규모가 작아졌지만 보다 세련되고 인간과 일체화된 ‘패트레이버’와 ‘기동전사 건담’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로봇인 ‘에반겔리온’으로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거대한 깡통을 연상시키는 초기의 형태로부터 점차 세련된 형태로 로봇들은 진화해 갔지만 오히려 철인28호의 형태로 회귀한듯한 메카닉 디자인으로 애니메이션팬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 92년부터 98년사이 일본서 발표되었으니 우리에겐 ‘바벨2세’로 잘 알려져있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인 ‘자이언트 로보’가 바로 그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철인28호 역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작품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미국 SF작품들의 제목을 유행처럼 사용하지만 ‘자이언트 로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제로 사용된 ‘지구가 정지한 날 (영문부제는 The Night The Earth Stood Still이다)’은 로버트 와이즈감독의 영화 ‘지구가 정지한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에서 차용한 것이다. 로버트 와이즈감독은 외계인 클라투가 어떻게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심지어 전기를 이용치 않는 것들 조차) 정지시켰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자이언트 로보’에선 BF단이 어떻게 지구를 정지시켰는지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간다.

고유성의 ‘로보트 킹’의 메카닉 디자인에 영향을 준 GR2 로보가 등장키도 하는 ‘자이언트 로보’는 고가의 기가 프리미엄이라는 DVD 박스셋으로 일본서 기 출시되었으나 이마저 구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국내 심의규정상의 이유로 24일 케이블 TV채널인 튜니버스를 통한 국내 첫방송과 동시에 DVD로 총 7편의 에피소드중 4편의 에피소드가 두장의 DVD타이틀로 우선 출시가 된다. 국내 성우진들의 한국어더빙은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배경음악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일본어 원어더빙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도 별다른 거부감없이 들려진다. (등장 캐릭터들의 이름들은 한국의 실정에 맞게 변경되었지만, 한국어 자막에선 원래의 일본어 이름대로 볼 수 있다.) 화질역시 원색과 로보의 둔탁한 금속성 색감이 또렷하게 트랜스퍼되었다. ‘자이언트 로보’의 국내DVD출시로 애니메이션 DVD 콜렉터들은 이제 비교적 일본서 판매되는 고가의 DVD주문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이언트 로보’에 앞서, 7월19일 이성강감독의 ‘마리이야기’ DVD가 출시되었다. 약간의 더스트와 극장상영시 문제되었던 프레임수가 모지라는듯한 화면은 여전히 원소스의 문제로 보여지고 있지만, 다양한 색이 연출된 캐릭터와 배경이 안정감있게 재현되었다. 사운드면에서도 세계적 기타리스트겸 작곡가인 이병우의 스코어가 돌비 디지털 5.1과 DTS 5.1채널 (출시사의 정보와는 달리 사운드는 5.0채널이 아닌 5.1채널로 녹음되었다.)로 감동적으로 전달된다.

국내영화들이 이제 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DVD라는 매체를 통하여 서서히 전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팬들의 경우, 작품을 보기 위하여 가장 많은 작품들을 영상기록매체로 출시하고 있는 일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반대로 안시에니메이션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 제대로 DVD출시가 된 만큼 ‘마리이야기’ DVD가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한국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일조하길 바래어 본다.

조성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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