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개인금융 국내선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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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HSBC가 한국에 지점을 낸 지 20여 년 만에 개인금융에서 철수한다.

 HSBC는 “8일부터 개인금융 업무를 철수하고 핵심 사업인 기업금융에 주력하겠다”고 5일 밝혔다. HSBC는 이를 위해 한국 내 11개 지점 중 기업 금융 업무를 위한 1개 지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10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1984년 12월 한국에 첫 지점을 개설한 HSBC는 서울·경기·대전·대구·부산 등에 11개 지점을 운영해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직원은 793명이며 예금 잔액 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이 중 개인 금융부문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번 개인금융 업무 폐지 결정은 HSBC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지역에서만 개인금융을 한다’는 HSBC그룹 내부 전략이 한국에도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HSBC그룹은 2011년 5월 그룹 전략을 발표한 이래 전 세계 17개 지역의 개인금융 업무 폐지를 포함해 총 52개 사업을 폐지·매각했다. 이에 따라 HSBC는 한국에서도 지난해 4월 산업은행에 개인금융 부문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계약은 불발되면서 이후 지점 폐쇄 등 개인금융 업무 철수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8일부터 신규 개인 고객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다른 금융회사와의 판매계약에 따라 판매 의무가 있는 금융상품은 제외된다.

HSBC 관계자는 “현재 HSBC의 개인 금융 고객은 모두 예금 예치 고객으로 최종 폐지 안내 때까지 약정금리와 기존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번 지점 폐쇄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HSBC는 “개인 금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직원 24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 은행의 국내지점 폐쇄는 은행법에 따른 금융위원회 인가 사항이다. 이에 금융위은 이날 “HSBC 인가 신청 내용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자산·부채 정리계획 적정성과 예금자 보호 여부, 내국인 근무 직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 등 여러 조치 계획에 대해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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