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요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항상 배불리 먹여 키운 쥐는 살이 통통 찌기는 하지만, 털이 더러워진다. 자극에 대해서도 둔감해진다.
한편 사료를 좀 부족하게 먹여가며 사육한 놈은 살은 붙지 않아도 몸이 실해지고, 털 결에도 윤기가 흐른다. 그리고 보다 활동적이며 죽는율도 만복의 쥐의 3분의1 밖에는 안된다. 이것은 거년에 어느 미국 의학자가 발표한 연구결과이다. 이런 얘기도 있다. 화난의 명의「벨하프」가 유서로 남긴 대저『의술의 극의』는 전권이 백지였다. 그저 마지막「페이지」에『두한족열복8분』이라고만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빈 속이란 동물이나 인간에게나 건강을 위해 불가결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만복하려 한다든지,빈속을 너무 무리해서 채우려하기에 탈이 생기는 것인가 보다.
사람들은 흔히 환절기의 건강에 무척 조심한다. 심지어는 개를 한 마리 얻어와도 그 개가 전집에서 뭣을 먹고 있었느냐는 것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자기자신의 생활수준이 뒤바뀐데서 생겨나는 부작용에는 너무 무관심하다. 가령 콩나물국만 먹던 사람이 매일갈이 「비프·스틱」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어떻게 하면 언제까지나 그런 팔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만 머리를 쓴다.
실제로「비프·스테익」만 먹으면 살이 찌고, 혈색도 좋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급격한 생활조건의 변화에 따르는 부작용은 엄청나게 크다. 아무리「골프」를 쳐도 늘 만복으로만 있으면 수명이 짧아지기 마련이라고 어느 의학자도 꼬집어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빈속으로만 있어도 탈이다. 기왕에 탈이 나기는 매일반이라면 차라리 만복으로 있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기 쉬운게 사람들의 야릇한 심리다.
그래서 어떻게 무리를 해서라도 빈속을 채워보겠다는 생각들도 생기는 것인가 보다.
너무도 얄팍한 속셈이라고 봐야겠지만, 배가 튀어나온 사람이 깡마른 사람보다 의젓하고 훌륭해 보이는 우리네 풍토속에서는 그것을 그저 탓할 수만도 없다. 빈속을 채울길이 전혀 없을 때에는 애써 만복인체 위장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도 같다. 그래서 요새 가짜 박사에서부터 가짜 서울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갖가지「가짜」들이 유행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일 큰 탈은 그런 가짜 위장이 어느덧 진짜가 되어버리는 듯 착각하기 쉽다는 데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